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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4] 자동차도로에서 자주 보았던 그 봄꽃 ‘루피너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4] 자동차도로에서 자주 보았던 그 봄꽃 ‘루피너스’
  • 권오길
  • 승인 2023.11.0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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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너스
루피너스

춘천 시내의 자동차도로 중앙 턱이나 길가 화단, 또는 커다란 둥근 플라스틱 화분은 해마다 아름다운 봄꽃들로 단장이 된다. 주로 외국산 꽃들인데, 그중에서도 키다리 꽃대에 큼직하고 많은, 파랗고 노란 현란한 꽃들이 조롱조롱 매달린 것이 유달리 눈길을 끈다.

처음 보는 서양 꽃이 풍요롭기 그지없으나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없구나. 이 꽃식물에 대해 좀 알아보니 의외로 다종다양(多種多樣)하고, 세계적으로 널리 심는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말로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절감하였다.

역시 스마트폰으로 잽싸게 사진 찍어 강원대 생명과학과의 식물분류학전공인 유기억 교수께 보낸다. ‘루피너스’란다. 참으로 고맙다.

루피너스(Lupinus polyphyllus)를 ‘층층이부채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루피너스를 루핀(lupine/lupin)이라고도 하며, 큰 잎 루핀(large-leaved lupine)이라 하여 잎이 큼을 나타내고, 학명인 Lupinus polyphyllus는 ‘많은 잎을 가진(polyphyllus) 루피너스(Lupinus)란 뜻이다.

한해살이풀 또는 여러해살이풀이며, 때때로 관목과 초본의 중간 식물, 즉 줄기와 가지는 목질(木質)이고, 가지의 끝부분이 초질(草質)로 된 아관목상(亞灌木狀, subshrub)인 것도 있다.

루피너스(Lupinus, lupin, lupine)는 콩과에 속하는 속씨식물이고, 이 속(屬, genus)에는 199개 종이 미국, 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등에 있다. 이들은 장식용 식물로서 널리 경작되고 있다.

그런데 뉴질랜드의 남섬에서는 루피너스속 식물들을 심각한 환경 위협 침입종으로 보고 있다 한다.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 남유럽, 이집트 등이고, 그곳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루핀 중에는 알래스카 남부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북미 서부, 서부 와이오밍, 남쪽으로는 유타와 캘리포니아가 원산지인 종도 있다. 

잎은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고, 작은 잎(소엽, 小葉, leaflet)은 5∼15개이지만 때로는 1∼3개인 것도 있으며, 턱잎이 있다. 꽃은 정생총상꽃차례(頂生總狀花序)를 이루어 달리지만 돌려나는 것도 있다. 총상꽃차례란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끝까지 피는 꽃차례를 이른다.

화관(花冠, 꽃부리)은 좌우 대칭으로 나비 모양이고, 수술은 합쳐져 통처럼 되며, 암술대가 꼬부라지고, 끝에 털이 있다. 꼬투리는 종자 사이가 잘록하게 들어가고, 곁에 십자형 무늬가 있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녹비(綠肥, green manure)로도 사용되는데, 녹비란 생풀이나 생잎으로 만든, 충분히 썩지 않은 초비(草肥), 풋거름을 말한다.

한국에는 다음의 3종류가 들어와 있다 한다. ① 푸른 루핀(blue lupine/L. hirsutus):한해살이풀이고, 높이 60cm 정도이며, 줄기에 갈색 털이 있고, 꽃은 7∼8월에 피며, 하늘색이지만 용골판(龍骨瓣) 끝은 흰색이고, 꼬투리가 크며, 종자도 크다. 유럽 남부 원산이다. 여기서 용골판(龍骨瓣, keel)이란 콩과식물의 꽃에서 제일 아래쪽에 있는 두 장의 꽃잎을 말하며, 나비 모양을 하고 있다.

②노랑 루핀(yellow lupine/L. luteus): ‘미선콩’이라고도 하며, 한해살이풀이고, 높이 60cm 정도이다. 잎은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고, 소엽(작은 잎)은 5∼15개이지만 때로는 1∼3개인 것도 있다. 줄기는 직립하여 길게 자라며 털이 있다. 잎의 길이는 2~5cm로 폭이 좁고 길면서 장상복엽(掌狀複葉)으로 흰색을 띤 녹색 등 다양하다.

잎은 옅은 녹색이거나 잿빛의 녹색이고, 많은 것은 소엽이 28개에서 적게는 1개인 것도 있다. 꽃은 콩꽃은 닮았고, 한 개의 꼬투리(pod)에 서너 개의 씨가 들었으며, 매우 쓰다. 유럽 남부 원산이다.

③여러해살이 루핀(sun-dial lupine/L. perennis):높이 60cm 정도이고, 전체에 털이 있다. 소엽은 7∼10개로 거꾸로 선 바소꼴이다. 꽃은 5∼6월에 피며 하늘색 ·분홍색 및 남자색 등이다. 미국 남부 원산이다. 

‘lupe’는 그리스어로 ‘슬픔’이란 뜻인데, 루핀은 씨앗을 씹으면 하도 써서 슬픈 표정을 짓는다고 붙은 이름이라 한다. 또 속명인 Lupinus는 라틴어 ‘lupus(이리)’라는 뜻으로 본 속의 식물이 토질을 황폐시킨다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한다.

루피너스(루핀)는 개울과 같은 습한 곳에서 주로 서식하고, 미적으로 뛰어나며, 벌 나비 등 수분(受粉) 매개체를 끌어들이는 등 장점이 많아서 정원 식물로 가치가 높다. 발아율은 99% 정도이며, 뿌리가 다치면 죽는 경우가 많아서 직파(直播)해야 하고, 본잎이 4~5장일 때 정식(定植) 하는 게 좋다.

덧붙이면 이들은 콩과식물로 여러 가지의 색상이 있으며, 보통은 높이(키) 가 30~40cm 정도이고, 사료나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그리고 과다하게 사용된 농약과 다른 토양의 독성물질을 흡수한다. 그러나 어떤 지역(나라)에서는 침입종(invasive species)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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