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6:10 (토)
의대 쏠림에 휘청이는 대학
의대 쏠림에 휘청이는 대학
  • 이덕환
  • 승인 2023.11.13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정론_ 이덕환 편집인 /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편집인

의대가 사면초가다. 학생들이 의대로 몰려드는 쏠림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공계 대학의 신입생은 물론이고 어렵사리 확보해놓은 재학생도 학업을 포기하고 의대로 몰려가고 있다. 의대가 마냥 웃고 있는 것도 아니다. N수생의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의 대폭 확대를 공언했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다.

의대 쏠림은 사회적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다. 특히 대학의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의대 쏠림이 대학의 내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로 몰려드는 학생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회를 위해서 성실하게 봉사할 의지를 가진 학생들만 의대로 진학해야 한다는 점잖은 충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은 아무도 어쩔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사회적 위상을 함부로 깎아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의대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함부로 의료 수가를 낮출 수도 없다. 과학자를 비롯한 다른 직역의 사회적 위상을 상대적으로 올려주면 된다는 주장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의대의 정원 확대가 의대 쏠림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가속화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학생에게는 떠나는 막차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의 이탈도 늘어날 것이다. 의대 정원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의사 부족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의사의 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의사협회가 의대의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의사의 수를 무작정 늘여놓으면 나중에는 의사가 너무 많아져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의사의 64%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현실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초지자체의 39.2%가 응급 의료 취약지이고, 43%가 분만 의료 취약지가 돼버린 것도 그런 편중 현상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사의 근무지를 강제로 분산시킬 뾰족한 방법도 없다.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소위 ‘의사과학자’의 양성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의사과학자의 정체가 분명치 않다. 우리 사회에서 의대를 졸업하지 않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은 없다. 4대 과기원이 원하는 ‘과기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더라도 의사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의사 역할을 할 수 없는 의사과학자의 양성이 의대 쏠림을 해결해줄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더욱이 현재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의 대부분이 일반대학원 의학과의 ‘철학박사 학위’(Ph.D.)를 가지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전문의의 대부분이 진짜 ‘의사과학자’인 셈이다. 실제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는 모두 열심히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과기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의사과학자와의 역할 분담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어쨌든 의대의 증원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증원의 규모와 시기의 결정만 남았을 뿐이다. 엉터리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더라도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에 지친 국민 감정을 함부로 외면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이덕환 편집인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