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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대사물질로 요로감염 예방한다
장내 미생물·대사물질로 요로감염 예방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11.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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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⑧ UTI-요로 감염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여덟 번째는 UTI-요로 감염에 대해 이정원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소아청소년과)·이용승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소아비뇨기과)·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연구팀은 건강한 소아와 요로감염 환자의 소변과 분변을 비교분석해
예방소재 후보물질을 확보·파악하고자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요로감염 예방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과 대사물질을 발굴해 소아 복잡성·재발성 요로감염 예방을 위한
치료제와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로감염은 요로를 구성하는 신장·요관·방광·요도에 미생물이 침범해 발생한다. 염증 유발과 균 증식에 의한 세균뇨와 이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으로 농뇨·발열 등 다양한 증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임상양상은 무증상 세균뇨부터 요로 패혈증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흔하게 발생하는 세균감염 중 하나인 요로감염은 대부분 대장균 같은 장내세균이 원인이다.

요로감염은 숙주와 요로감염원 병원체 사이의 상호관계에 의해 나타난다. 요로감염 유발과 진행 과정에서 세균의 독성인자와 숙주의 방어인자가 중요하게 관여한다. 특히 방광기능이 미숙한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요로감염은 선천성 요로기형·세균친화적 요로상피·장내미생물총 불균형과 만성 변비 등 여러 병리기전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발생한다. 소아요로감염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세균질환으로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 반흔(renal scar)을 형성하고, 고혈압과 말기 신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재발성 요로감염과 방광요관역류 등 선천성 신장 기형을 가진 많은 소아에서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간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한다. 이뿐만 아니라 재발에 따른 잦은 항생제 투여로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로감염 치료가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화여대 의과대학의 이혜림 연 구간호사, 이정원·이지현 교수(소아청소년 과)다. 이정원 교수는 소아요로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이정원

 

여성의 요로감염은 질내 미생물과 연관돼

요로감염은 장내 미생물, 특히 여성의 경우 질내 미생물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장내 미생물과 질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개선해 요로감염을 치료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 소아요로감염 환자는 건강한 대조군과 장내 미생물의 차이를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엔테로박터가 보다 풍부했다는 점이다. 이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요로감염 발생과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건강한 폐경 전의 여성의 질에는 젖산을 생성하는 젖산균이 군집화돼 있다. 이로써 다른 세균을 억제해 감염을 예방하고 균형적인 질 마이크로바이옴을 유지시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의 이정원·이지현 교수와 이혜림 연구간호사 연구팀은 다수의 소아요로감염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소아요로감염 환자에서 건강한 소아에 비해 요로 생식계 젖산균 집락이 유의미하게 낮음을 확인해 요로감염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급성 신우신염 환자에서 유산균 예방치료로 요로감염 재발을 낮추는 것을 확인하는 임상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 대장균 요로감염 동물실험 연구에서 유산균 복합체를 방광 내 주입하였을 때 급성 신우신염을 유의하게 예방한 결과도 알아냈다.

이후 지난해 예비연구에서는 정상 소아와 소아요로감염 환자의 소변 마이크로바이옴 비교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정상 소아와 요로감염 환자군간에 유익균과 병원균의 유의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요로감염 군에서 균주의 다양성이 정상군에 비해 특히 낮아 균주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 요로감염의 예방과 치료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유산균은 병원균의 요로상피세포 부착을 억제하고 요로생식계의 정상 세균총을 보강해 요로감염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자연적인 방법이다.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 광범위한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광범위 베타락탐 분해효소’(ESBL: extended spectrum β-lactamase) 양성 대장균 균주의 증가로 인해 요로감염의 치료효과가 낮아지고, 신장 손상이 커지는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의약품으로서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프로바이오틱스 치료제 개발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질병특화 마이크로바이옴의 요로계 생착

이정원·이지현 교수 연구팀은 산업통상자원부 ‘휴먼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경인성방광 및 소아발생요로감염 치료제 및 치료기술개발’ 연구를 연세대, 강릉원주대, 종근당바이오, ㈜비티시너지와 함께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소아와 요로감염 환자의 소변과 분변을 비교분석해 예방소재 후보물질을 확보·파악하고자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요로감염 예방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과 대사물질을 발굴해 소아 복잡성·재발성 요로감염 예방을 위한 치료제와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다. 그러나 소아요로감염 예방에 특화된 연구개발은 전무한 상태이다. 현재 시판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건강에 좋다’는 일반적인 개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소아의 복잡형·재발성 요로감염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입증된 질병특화 마이크로바이옴의 요로계 생착을 증진시키는 연구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차세대 제품개발의 연결고리가 이어지고, 슈퍼 박테리아나 다제 항생제 내성 병원균의 발생 저하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종국에는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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