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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무빙
건축의 무빙
  • 김재호
  • 승인 2023.11.1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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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섭 지음 | 수류산방중심 | 592쪽

우리가 짓고 살아가는 건축과 도시를 단 한 권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 『건축의 무빙』을 만나라!

건축가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도시의 역사와 디자인의 양식을 바꾼 이들은 누구인가?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현대 건축의 흐름을 어디까지, 어떤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수류산방에서 펴낸 이건섭의 『건축의 무빙』은 거대하고 때로 난해한 서구 건축 이론과 사조에 쉽게 접근하도록 이끄는 안내서로 기획되었다.

근현대 건축의 움직임을 지금 여기의 좌표에서 안내하고 전망하는 “명쾌한 지도”

이 책은 다양한 점에서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건축의 무빙』은 19세기 후반 이후 근현대 도시와 건축을 형성해 온 움직임을 건축물이나 건축가가 아닌 ‘건축 책’을 통해서 읽어 낸 책이다. 근대 이후 서양 건축(Architecture)은 개별 건축물들의 집합을 넘어서서, 각 시대나 문화권의 미적 담론과 사회 경제 기술의 혁신을 선도해 왔다.

따라서 건축의 이해는 각각의 건물이 세워지게 하는 기술 공학이나 눈에 드러나는 외형적 디자인을 넘어선다. 설계를 하는 건축가의 다양한 선언, 건축 학자들의 연구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사회 활동가의 비판, 도시를 기록하거나 공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 기후와 지구 환경에 대한 예측 등이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의 변화를 견인해 왔다.

“어느 분야의 역사에서든 마찬가지겠지만, 디자인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책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책들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바로 그 시대의 디자인을 결정한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31쪽)

그래서 건축 학도들의 ‘필독서’ 목록에는 건축 이론과 역사서 못지 않게 미학과 사회학, 예술 등 다양한 인문학 명저들이 열거된다. 도시 문명과 공간을 이해하려는 누구나 읽어 볼 만한 고전들인데, 문제는 이 책들의 다수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번역되지 않았거나, 번역되었다고 해도 어렵거나 두꺼워 도전하기 힘들다.

다양한 사진이나 도면이 등장하고, 외부적 맥락의 이해도 수반되어야 한다. 1980년대 한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대형 설계 사무소에서 건축사로서 근무해 온 저자 이건섭은 이에 대한 뼈저린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학창 시절, 숭배 대상이었던 선배가 던진“‘우리는 이론가도 아니고 건축가니까 외국 잡지나 책 같은 건 그림만 보고 이해하면 돼!’ 이 말은 지금도 가슴 속에 충격으로 남아 있다.”(25쪽 초판 서문) 저자는 그러한 분위기를 극복하려 직접 건축 분야 원서들을 구해서 읽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말 현장에서 IMF를 겪으며 창조적 디자인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사고 훈련”으로부터 새로이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저자가 출장길에 구하고 퇴근 후에 한 권 한 권 직접 읽어 간 필독서들의 기록이다. 명저들와 건축가들의 소개를 넘어서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는 저작들에 과거와 현재의 서로 다른 이중 시점(dual viewpoint)을 적용해 나름의 판단과 의견을 제시”(26쪽) 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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