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8:15 (토)
유학생의 시각으로 본 제3차 일대일로 포럼
유학생의 시각으로 본 제3차 일대일로 포럼
  • 조대호
  • 승인 2023.11.20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대학은 지금_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박사과정

얼마 전 중국에서는 제3차 일대일로 포럼이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일주일 전부터 북경 시내의 도로와 길거리는 온갖 홍보물로 채워졌고, 일대일로 포럼의 원만한 개최를 축원하는 전광판 메시지가 도처에 설치됐다. 많은 국가의 정상이나 정상급에 해당하는 관료들이 줄지어 북경 시내로 들어왔다. 마치 청조 건륭황제의 팔순 잔치를 축하하러 온 조공국의 행렬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 포럼은 시진핑 주석이 3연임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행사였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3연임을 국제적으로 공인 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실제로 일대일로 사업은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고 불과 3개월만에  시작된 국책사업이었고, 국제사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대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3차 포럼은 이전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참가국도 대폭 줄었고 향후 일정도 내놓지 않았다. 제1차 포럼에서는 참여국 정상들이 2년 후에 회의를 다시 열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제2차 포럼에서는 향후 포럼을 다시 개최하기를 바란다는 수준의 공동성명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서는 공동성명이 의장성명으로 격하됐고, 차기 포럼의 개최 일자를 포함해서 유의미한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중국 측에서는 앞으로 일대일로 사업의 내실을 튼튼하게 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 공식 대표를 제와하면 포럼에 참가한 서방민주국가의 수는 크게 줄었다.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적지 않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국빈 대표단을 파견했다. 중국이 여전히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제3세계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는 외국 원조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신중국 성립 이래 대약진과 문화대혁명 시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공 중앙은 천문학적 규모의 원조를 제공했다. 아마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과 마오의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 포럼의 비용도 전액 중국이 부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돈을 중국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쓰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넌지시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일대일로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탈리아는 이미 일대일로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중국에서 빌린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에 처했으며, 남부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99년 동안 중국에게 내주었다. 두 세기 전 서방 열강이 중국에게 했던 일을 이제 중국이 약소국가에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이 표면적으로는 상대국가의 ‘개명(开明)’을 내세우면서 사실은 그 나라의 여러 이권을 빼앗아 갔다. 중국의 이런 현실을 ‘중국특색제국주의’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도 세계 경찰이라면서 여러 나라에서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키거나 독재국가를 원조한 경험이 있었다. 최근 중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중국의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은 자세가 불필요한 거부감을 불어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게는 거대한 자본력 대신 진실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우방이 더 필요해 보인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영역은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