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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연극의 ‘현대’를 묻다
현대연극의 ‘현대’를 묻다
  • 이인순
  • 승인 2023.11.24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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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연출가연극과 드라마투르기: 재현에서 재의미화로』 이인순 지음 | 푸른사상사 | 224쪽

다양성 전체 아우르는 지식·통관하는 안목 위해
현대드라마·현대연극 구분해 서구 연극사 관통

오늘날 연극연출가는 하나의 예술작품인 연극의 창작자로 간주된다. 이른바 ‘연출가연극’이다. 연출가연극은 20세기 초 문학의 재현에서 해방돼 연극의 자율성을 주장하며 나타난 ‘현대연극’의 주요 현상이다. 이때까지 서구연극은 전통적으로 문학의 우위성 아래 극문학 재현의 부차적인 예술로 존재해왔다. 

그런데 ‘현대연극’은 그 오랜 전통을 깬다. 연극이 처음으로 자신이 문학과 다름을 인지하고, 고유성을 찾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것이다. ‘현대연극’은 그렇게 미학적 독립을 이루며, 연출가의 예술적 유희의 길을 열게 했다. 

20세기 후반부 포스트모더니즘을 지나 21세기를 진입해서 23년이나 된 지금, 20세기 전환기에 태동해서 그 전반부를 차지하는 유럽의 ‘현대연극’을 이 책이 조명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현대연극은 20세기 초 서구화 이래로 시작됐다. 2천500년이 넘는 서구의 오랜 연극사가 축적한 연구와 지식을 100년 넘은 우리의 연극 연구와 교육·실천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연극 문화가 서구의 연극이론과 실천을 빠르게 수입하고, 시대적 유행을 따라가며 우리의 연구가 일정 지식을 반복한다는 데에 있다. 

그런 구멍 난 연구 분야 중 ‘현대연극’의 ‘현대’를 이 책은 조명한다. 왜냐? 오늘날의 ‘연출가연극’과 ‘드라마투르기’를 이해하는 데에 ‘현대연극’에 대한 기본 지식이 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연극 앞에 ‘현대’라는 단어가 붙을 때, 현대드라마와 현대연극의 시작은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그러니까 ‘현대연극’의 ‘현대’가 무엇으로 규정될 수 있는가를 이 책은 질문한다. 우리의 연극 연구와 교육·실천에 있어서 꼭 있어야 할, 그리고 필요한 이에 대한 답은 오랜 기간 간과됐다. 이제라도 이 책이 시도하는 ‘현대연극’에 대한 규명은 서구의 축적된 연극사를 관통하며 오늘의 연극을 이해하는 시각을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을까.

국내에는 그동안 유럽의 현대드라마와 현대연극을 분명하게 구분 지어 설명하는 저술과 연구가 없었다. 그리고 유럽의 현대연극에 대해서도, 유럽의 현대연극이 양식 다원주의라는 특징으로 방대한 내용을 갖기 때문에, 기존의 저술과 연구는 다양성 전체가 아닌 하나의 현상과 미학에 대한 지식을 전했다. 그러므로 연극 전공자나 연극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현대연극의 다양성 전체를 아우르는 지식과 이를 통관하는 안목을 지니려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국내에 소개된 한 권의 번역서는 현대연극의 방대한 분량과 또 그 내용이 되는, 낯선 수많은 유럽 연극인들의 소개로 인해 책을 읽기도 전에 독자를 질리고 지치게 한다. 

『연출가연극과 드라마투르기: 재현에서 재의미화로』는 현대연극의 ‘현대’를 천착해 집필됐다. 사진=펙셀

필자는 현대연극의 ‘현대’를 통관하고 규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필의 목적을 뒀다. 이 책에서는 우선, 서구의 단어 ‘modern’이 언제부터 어떻게 쓰였는지, 그 역사를 조명했다. 6세기 이래로 쓰인 이 단어의 의미와 내용을 예술사조가 된 모더니즘까지 서술했다. 이어서 현대연극의 ‘현대’를 잉태한 19세기 중반 바그너와 니체의 영향에서부터 19세기 말의 상징주의 연극, 20세기 초와 전반기의 양식 무대·축제연극·정치연극·표현주의 연극·역사적 아방가르드의 반연극까지 유럽 ‘현대연극’의 풍경을 서술하며, 20세기 전반부까지 이어진 현대연극의 현대성이 무엇인지에 주목했다. 

그리고 현대연극의 주요 특징인 연출가연극과 드라마투르기의 이론적 토대를 다뤘다. 연출가연극이 대두하기 전까지 연극은 재현적 드라마투르기에 있었으나, 20세기 전환기 유럽 연극은 문학 재현의 위기를 맞는다. 

재현 미학의 위기를 가져온 원인과 나타난 현상, 그 결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재현에서 재의미화의 드라마투르기로 변화하며 드라마투르기를 발전시킨 연출가연극이 추구하는 미학적 가치는 무엇인지를 고찰했다. 

마지막으로 고전 드라마의 공연과 희곡텍스트에서 특정 연출가의 관점과 미학이 드라마투르기를 통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독일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의 공연 「파우스트 I」(잘츠부르크, 1933)과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텍스트 「코리올란」(1952)을 실례로 탐색했다.

 

 

 

이인순 
연극학자·독일 뮌헨대 연극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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