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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를 위한 진혼곡, 에기나 섬의 소크라테스 감옥에 갇힌 어둠
소크라테스를 위한 진혼곡, 에기나 섬의 소크라테스 감옥에 갇힌 어둠
  • 류근조
  • 승인 2023.12.04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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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시譚詩_ 류근조 중앙대 명예교수·시인
소크라테스의 죽음, 자크루이 다비드, 1787년

매일같이 광장이나 저자거리에 나와 덕과 우정과 정의와 사랑이란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정신을 깨우치려 했던 소크라테스!

하지만 그 댓가로 다른 신을 섬기고 청년들을 부패시킨다는 죄명으로 법정에서 사형선고까지 받고 “나는 이성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 지시를 따라 행동했고 청년들의 영혼을 정화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고 소명한 연후 구금되기 전 악법도 법이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네.

하지만 사실은 그게 그의 마지막 유언은 아니었네.

사형집행 당일 찾아온 지인들 앞에서 영혼의 불멸에 대해 토론을 벌였는데 이를 지켜보던 친구 클라톤이 걱정스러워 오늘만큼은 말을 많이 하면 약발이 잘 안 받아 고생한다는 간수의 말을 전하자

그는 “될 수 있으면 있는 대로 죽음의 상태에 가깝게 살려고 애쓰던 사람(스스로 에고의 죽음을 전제로 한)이 막상 죽음에 당면해서 죽음을 거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닌가” 라고 하며 독약을 스스로 청하여 마시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울음을 터뜨렸고 이어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가족과 아낙들을 먼저 내보낸 것”이라고 말한 그는 몸에 독 기운이 퍼지도록 감방 안을 걷기 시작하여

이윽고 팔과 다리가 무거워지자 자리에 누워 마지막 순간 “여보게 클라톤 아스클레피오스(약과 의술의 신)에게 닭 한 마리를 빚 졌네 자네가 대신 갚아 주게”(주:당시 병이 나으면 이 신에게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함)

그리고 “독약의 약발이 잘 받는군. 신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게”라며 숨을 거뒀네.

그러니깐 그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 이미 삶과 죽음, 그 너머에서 육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었다고나 해야 하겠네.

푸른 바닷가 크루즈를 타고 접안해 몇 굽이 산길을 오르내리며 다다른 지중해 연안 그 해안가 산중턱에 자리한 독배를 들기 전까지 소크라테스가 구금돼 있던 초라하기 그지없는 토굴 감옥에 와서 새삼 되새겨 보노니-.

아크로폴리스 언덕 파르테논 신전에나 모셔져 있어야 할 그 유명한 그리스 철인 소크라테스의 주검은 지금쯤 어느 곳에 묻혀 촉루가 되어 있을까. 그리고 생전 그가 생각한 대로 과연 그의 영혼은 불멸의 가마를 타고 천상에 나가 있는지-

아테네가 한창 융성하던 페리클레스 시절 오직 출세를 노리고 모여들어 제각기 궤변을 펴던 수많은 논객들 속에서 조국을 위해 청년들이 잠자는 진리에 다가갈 수 있도록 변증법이며 조산술 등으로 묻고 또 물었으나

그리고 신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무지하다는 것을 자신만이 알고 있음을 깨닫고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를 외치면서 마침내 철학을 ‘근원을 묻는 학문=지혜의 학문’으로 변모 발전시키기에 이르렀으나

결국 아테네 시민들은 민주주의란 미명하에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이 철인에게 독배를 들게 했으며 결국 이 같은 불의의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 속에서 아테네 또한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거늘-.

하늘이여 하늘이여
역사는 지금까지 무엇을 기록했고 무엇을 지웠는가.

류근조 중앙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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