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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 ‘견리사의’를 생각한다
청룡의 해, ‘견리사의’를 생각한다
  • 김경화
  • 승인 2024.01.0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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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올해의 사자성어’는 대한민국의 한 해를 압축적·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매년 12월에 발표하고 있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이 설문에 응했고,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예비 선정된 사자성어 중 ‘견리망의(見利忘義)’가 30.1%를 얻어 1위로 선정됐다. 이것은 한마디로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었다는 의미이다. 아마 교수들은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의 정치인들,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등 사회의 힘있는 기득권 세력이 ‘이로움’을 좇는 세태를 통렬하게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2023년을 돌아보면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강화와 지방시대의 시작”이라는 화려한 수사와는 달리 ‘수도권 일극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소멸’의 시계는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거기다가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가구당 0.6명 대로 접어들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것은 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 출산률인 1.58명의 절반 수준도 안되는 것으로 전체 회원국 중 꼴찌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2018~2020년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20년 통계 결과, 인구 10만 명당 24.1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는 OECD 평균 자살률 11.1명의 2배를 넘는 수치이다.

그리고 임금 근로자수 100명당 발생한 재해 건수의 비율인 사망만인율은 우리나라 전체 2022년 기준 0.43명으로 10여년간 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며, OECD 평균인 0.29명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것이 산업 현장의 뼈아픈 현실이다.

그러면 왜 한국에서 이러한 출생율 최저, 자살률 최고, 높은 산업현장 재해률을 보이게 되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존엄’에 기반한 출생률 정책, ‘인간존엄’을 지키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적절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지속적인 생애 주기별 복지지원정책,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산업현장의 정책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부재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이 사회 전반의 체제하에서 어떻게 어느 정도 보호·보장받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실은 ‘이로움’만을 좇다 보니 ‘의로움’을 잃어버린 ‘견리망의(見利忘義)’의 세월이 수 십년간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위와 같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던 것이고, 지난 한 해도 이러한 점들에 대한 개선의 기미나 징후는 아직 발견할 수 없다.

결국 앞으로도 태어날 미래세대가 출생 후에 성장하면서 얼마나 ‘인간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양질의 직업을 선택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 수 있는가?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야만 이러한 최악의 기록들을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한 마디로 ‘견리사의(見利思義)’의 태도와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이란 유묵을 남겼다. “이익을 마주하면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올바른 삶과 조국을 생각했던 그의 기개와 의로움, 순수함은 지금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의로움이 살아 숨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시인 정성환은 ‘심장이 뛰는 이유’라는 시에서 이리 말하고 있다. “낭떠러지 같은 등 보이며 쉽게 돌아서지 말고 함께 울어주라고/ 넘어져 울거든 일으켜 세워 눈물 닦아 주라고/ 세상이 메말라도 차가운 사람 되지 말고 뜨겁게 손 내밀라고/ 두근두근 등불을 켜고 서로를 밝히라고 심장이 뛰고 있는 겁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성’의 회복이고, 이로움을 좇을 때 반드시 ‘의로움’을 가슴에 새기고 그것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에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올바름’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 스스로가 나라의 미래임을 자각하고, 의로움을 잃지 않고 지속 가능한 나라를 만드는 것을 개인적인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삶의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다.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에는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사람! 이러한 시민이 지금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할 대한민국에 필요한 깨어있는 시민이다.

이러한 시민들에게 다시금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반드시 올 ‘대한민국의 봄’을 기다리며 ‘이익을 보면’ 반드시 옳은 지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러한 시민들이 연대합시다. 어깨를 겯고 서로의 심장 고동소리를 북소리 삼아 담대한 발걸음을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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