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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비상구는 있는가?
한국정치의 비상구는 있는가?
  • 신희선
  • 승인 2024.01.10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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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하며 한 말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법과 상식을 무력화하는 현상황이 “걱정스럽고 혼란스럽다”며, 절찬리에 상영중인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했다.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이었던 시대를 지나왔는데 이제는 검찰 출신이 지배하면서 극한 대립의 ‘검투사’ 정치만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2024년 신년사는 “싸우지 않고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는 말로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오로지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파행적인 개각과 여야 정치권의 끊이지 않는 갈등이 한국사회를 비상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정치는 낙제점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좋은 정치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로부터 시작되는데, 현 정부들어 오히려 ‘검찰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측근인 검찰 출신들이 정부의 중요한 자리를 장악하고, 곳곳에 지나치게 많이 등용되고 있다.

또한 현직 검사들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비단 정·관계만이 아니라 기업과 언론에도 검찰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주의의 본질인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법치가 정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국민을 위한 책임정치인데, 현실은 퇴보하고 있다. 장관과 차관으로 임명된 인물들이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몇 개월 만에 직을 내던지고 있다. 총선 정치판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권력을 좇는 불나방처럼 보인다. 총선 출마 행보를 위해 장·차관직을 버린 그 빈자리를 위해 개각이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취임후 특별히 한 일도 없이 총선용 교체 개각을 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인사가 단행되었다. 무엇을 위해 장관직을 수락했는지, 또 어떤 명분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인지, 총선을 위한 ‘스펙쌓기’라는 세간의 지적이 적절해 보인다. 

“저 안에 있는 인간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그거 물라꼬 있는 거거든.” 12.12 군사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한 말이다. 팩션에 기반했지만 전두환 정권의 등장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신군부 하나회 인맥이 ‘국가를 위한 결단’이라고 천명한 것과는 달리, 실상은 이해관계에 따라 강한 권력욕으로 자행된 군사반란이었음을 비춰주었다.

한편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책임을 다하는 ‘이태신’ 과 같은 인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신당을 만들고, 변화와 혁신을 역설하지만, 국민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고, 서민의 삶을 헤아리는 참 정치인을 발견하기 어렵다. 

22대 총선이 한국 정치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정치는 권력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고 서로 타협하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대화와 협상이 없이는 지금의 정치적 분열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다. 자신의 직분과 역할에 충실하게 공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사적으로 권력을 이용하거나 정치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되는 것은 위험하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를 통해 권력을 분산했지만, 지금과 같이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면 결국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한국 정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잘 가려, 제대로 ‘선택’하는 일이다. 2024년 총선이 병든 한국 정치의 비상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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