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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로봇 아니라 ‘인간생물학’이 미래 바꾼다
인공지능·로봇 아니라 ‘인간생물학’이 미래 바꾼다
  • 김재호
  • 승인 2024.01.29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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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M.데이비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최근 대니얼 M. 데이비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생명과학과 학과장이자 면역학 교수의 『인체에 관한 모든 과학』(에코리브르 | 296쪽)이 화제다. 데이비스 교수는 앞으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분야는 인공지능·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새롭게 펼쳐질 ‘인간생물학’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 대해 미국의 작가 빌 브라이슨은 “최첨단 과학과 강렬한 이야기의 완벽한 조화”라며 “황홀하다!”라고 평했다.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인간생물학은 기존의 과학을 뒤엎는 발견으로 인해 매일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 DNA’는 인류가 알지 못하는 수백 개의 작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걸로 밝혀졌다. 또한 세균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 아니고, 세포가 아니라 소포가 생명에 영향을 끼친다. 비만의 개념은 달라지고, 정상과 비정상·건강과 쇠약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데이비스 교수는 ‘이 모든 게 무얼 의미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정리=김재호 기자

우리는 사실상 인간생물학의 모든 측면에서 혁명의 정점에 있다. 아기들은 이제 일상적으로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나고, 장기 이식은 보편화했으며, 영국의 암 생존율은 최근 몇 년 동안 대략 2배가 됐다. 

그런데 과학적 정보는 해시태그와 리트윗의 소란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불확실하고, 아마도 과학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권위에 회의적일 수 있는 부모는 그들의 자녀에게 예방 접종을 하도록 하는 충고를 거부할지도 모른다. 그래프와 데이터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더 깊은 이해도 필요하다. 과학적 아이디어, 특히 인체의 새로운 과학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사회와 우리 개개인에게 이보다 더욱 중요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인체를 더 깊이 연구할수록 우리 자신이 그렇게 정밀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걸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인종적 순수성은 말도 안 된다. 전 세계에 걸쳐 유전자 변이의 대략적인 지리적 분포가 있지만, 경계가 모호하고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대니얼 M.데이비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인체의 6가지 영역을 탐구하며, 신체의 비밀을 통해 미래를 진단한다.

과학과 의학의 성배는 질병을 멈추는 것이다. 특히 질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일부 질병의 경우 백신, 깨끗한 물, 개선된 위생 시설을 통해 이미 이를 달성했다. 이제 인체의 작동 방식에 대한 패턴과 코드가 공개되면서 질병 멈추기를 이뤄내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맞서 싸워야 할 도전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있다.

우리는 단순히 유전자, 세포, 마이크로바이옴 또는 뇌가 아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 이상이다. ‘신체의 비밀’이 우리 삶에서 의미하는 바는 여전히 균형에 있다. 

우리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늘어나는 깊은 지식을 통해 우리는 해방되고 힘을 얻는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률은 저울질하기 어렵다. 2015년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BRCA 1으로 알려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양쪽 가슴을 제거했다. 이 사건은 우리 모두가 직면하게 될 상황, 즉 끊임없이 증가하는 생물학적 개인 정보로 인해 수많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향후 20년 이내에 암이나 다른 질병에 걸릴 위험이 5분의 1이라는 걸 알려주는 무언가를 확인했다는 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4분의 1이면 다를까? 20년이 아니라 5년 이내는 어떨까? 어떤 시점에서 약물이나 수술에 위험이 따른다는 걸 알고도 예방 조치로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기로 할까? 이런 정보 때문에 당신이 희생자로 느껴지는가? 당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까?

이 책은 우리의 미래에 필수적인 인간생물학의 최근 돌파구를 탐구한다. 여러 최첨단 연구 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전율을 일으키고 특히 영향력이 큰 여섯 가지, 즉 개별 세포, 배아, 인체의 기관과 시스템, 뇌,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에 대해 다룬다.

인체가 복잡하다는 것은 각 부분이 하나씩, 각각의 도구에 의해서만 드러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와인의 맛과 색에 대한 전문가가 와인 품질의 기초가 되는 화학 작용을 인식함으로써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인체에 대한 각 관점은 잠재적으로 다른 관점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미경에서 수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 도구와 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모든 측면에는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므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연구 공동체는 한 가지 유형의 과학 도구 또는 한 가지 유형의 세포 같은 인체의 특정 구성 요소에 전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세포가 소통하는 방법은 또 다른 고유한 연구의 전문 주제다. 개별 세균같이 지구상에 있는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조차도 이제 종합적으로 거의 연구되지 않는데, 인체는 이런 세균보다 분명히 훨씬 더 복잡하다. 오래전인 1890년에 <타임스>는 지식이 “이미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졌다”라고 논평했다. 오늘날에는 그 누구도 모든 것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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