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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이민정책과 동시에 추진하자
저출산 대책, 이민정책과 동시에 추진하자
  • 임동진
  • 승인 2024.02.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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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_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저출산이다. 합계출산율이 1970년에 4.53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1983년에 대체수준(2.1명) 보다 낮은 2.06명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해 2000년에 1.48명, 2010년 1.23명, 2018년 0.97명, 2023년에 0.72명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으로 2006년에 2조 1천억 원을 시작으로 2023년에 57조 7천억 원까지 지난 17년간 389조의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가족지원 예산(아동수당·육아휴직 혜택과 보육 지원에 해당하는 지출을 포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5%에 불과한 반면, 프랑스는 3.34%, 독일 3.24%, 일본 1.95% 등으로 OECD 국가 평균은 2.29%이다. 특히 아동수당이나 육아휴직 급여 등 ‘현금 지원’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GDP 대비 0.32%로, OECD 평균(1.12%)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은 △생산인구 감소 △사회복지 비용의 증가 △경제 성장의 둔화 △사회적·경제적 발전 지속가능성의 약화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러나 저출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구문제이다.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출산에 따른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합계출산율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1984년에 대체수준(2.1명) 아래인 2.06명으로 떨어졌다. 이후 2003년에 1.65명, 2022년 1.58명으로 낮아지는 추세이다. 2022년 현재 전체 38개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5명 이하인 국가가 22개국이다. 1.5명 이하의 저출산이 시작된 시점 역시 독일과 룩셈부르크 등은 1975년이고, 덴마크·네덜란드·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은 1981년부터, 스페인·그리스 등은 1986년부터, 일본·포르투갈·스위스는 1991년부터, 헝가리·폴란드·한국·캐나다 등은 1996년부터, 핀란드·노르웨이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2000∼2019년) 선진국의 출산율 변화를 보면 프랑스(1.87→1.83명), 독일(1.38→1.54명), 이탈리아(1.26→1.27명), 일본(1.36→1.36명), 한국(1.48→0.92명), 미국(2.06→1.71명)으로 독일과 이탈리아는 다소 증가했으나, 다른 국가들은 현상 유지 또는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각종 대책을 추진하는 것에 비해 출산율 증가는 매우 미미하고, 오히려 현재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산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출산과 양육비용이다. 저출산 대책은 출산으로 인한 양육비용 증가를 보상하여 출산을 장려하는 방식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에는 크게 세 가지, 현금 지원·가족 지원 서비스·세제 혜택으로 구분된다. 현금 지원은 자녀 수당, 출산 지원금 등이 있고, 가족 지원 서비스에는 보육·양육 서비스와 시설 이용 보조금 등이 있고, 세제 혜택에는 자녀의 세금 면제 또는 세액 공제 등이 있다.

최근 OECD 국가들의 저출산 대책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스페인·독일·프랑스 등 57%의 국가들은 현금 지원 정책 비중이 높았고 이들 국가들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일본·캐나다·미국 등 29%의 국가들은 가족 지원 서비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한국·포르투갈 등 14% 국가들은 세제 혜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자녀 양육에 큰 비용이 발생하는 영국·호주·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저출산 대책으로는 현금 지원과 가족 지원 서비스가 효과가 있는 반면, 세제 혜택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자녀 양육에 큰 비용이 발생하는 국가이기에 현금 지원과 가족 지원 서비스 정책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각종 저출산 대책은 국가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는데,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5명 이하인 저출산 국가보다는 1.5명 초과인 고출산 국가에서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저출산 대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과가 감소하는데 5년이 지남에 따라 20%까지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국가에서 나타나는 환경적인 특징에는 실업률이 낮을수록, 전체 인구 중 육아(15세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출산·육아휴가 기간의 증가는 출산율 증가에 제한적이었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은 결혼과 가족의 유지에 결정적인 요인이기에 청년 실업을 줄이고 청년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여러 선진국에서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출산장려 정책 외에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국의 출생 인구수로는 국가에서 필요한 생산 인력을 충족할 수 없고 지속가능한 인구 구조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1년 동안)에 캐나다는 출생아 수 35만 명에 신규 이민자 33만 명을 유입했고, 호주는 출생아 수 29만 명에 이민자 수 23만 명, 독일은 출생아 수 78만 명에 이민자 수 30만 명, 그리고 스웨덴은 출생아 수 11만 명에 신규 이민자 27만 명을 유입했다. 

이처럼 여러 선진국은 출산정책과 이민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인구 구조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과 함께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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