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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 : 5호 [2023]
과학기술과 사회 : 5호 [2023]
  • 김재호
  • 승인 2024.02.0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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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 편집부 지음 | 알렙 | 320쪽

토착 과학기술의 지구사를 그리다

『과학기술과 사회』 5호의 특집 주제는 ‘토착(vernacular) 과학기술’이다. 이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전개 과정을 서로 다른 지역과 계층 간의 새로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새롭게 조망해 보려는 작업이다. 과학기술학, 과학기술사, 북한 과학기술/북한 젠더, 예술과 과학(Art & Technology, ATEC)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착 과학기술을 다각적으로 분석·사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먼저, 유상운은 토착 과학기술이라는 연구 분야가 나타난 다양한 맥락을 소개한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주변부의 과학, 그리고 엘리트 과학자에 가려져 있던 장인과 기술자들, 여성과 경제적 약자층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과학사적 연구들을 일별하며 추격과 탈추격, 기술 패권의 담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중심과 지역의 연결과 위계의 전환을 주장한다. 이영주는 20세기 한국에서 여성들이 월경을 대하는 다양한 ‘위생 기술’인 생리대, 탐폰, 경구 피임약과 조우하고 대안적 방법들을 고안했던 적극적 전유의 과정을 보여 준다. 박민주는 1980년대 이후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근대적 상하수도 인프라를 전유하며 새로운 통치 기술을 통해 기반 시설을 정착시켰는지 지적한다. 유진희는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다다익선〉에 숨겨져 있던 보이지 않는 기술자의 활동을 통해 혁신적 작업이란 무엇인지 다시 질문한다.

이처럼 『과학기술과 사회』 5호는 대한민국이라는 장소에서 다양한 계층이 과학기술과 어떻게 접점을 맺었는지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특정 지역과 집단이 과학기술을 통해 중심과 지역을 어떻게 매개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기계적, 생태적 환경을 어떻게 구축하며 사회 속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새롭게 창출했는지에 관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꾸려냈다.

‘STS SF’가 그리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작가 장강명과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의 대담

‘대담’에서는 최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를 표방하는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펴낸 장강명 작가와 홍성욱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소설가와 STS 학자가 바라보는 SF라는 장르와 과학기술학이라는 분야의 다양한 접점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사고 실험으로서의 SF라는 장르의 의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아가 어떻게 과학기술이 결정하고 있는 것만 같은 미래에 개입하고,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각자 독특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들려준다.

생태 위기에 맞서는 전환의 열쇠, 커먼즈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생태적 전환과 커먼즈

이번 호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코너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정책위원회는 ‘생태적 전환과 커먼즈’라는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발표자로 나선 과학기술과 법 전공자 김건우은 생태 위기가 이 두 영역의 논의에서 어떻게 근본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커먼즈론’의 부상을 통해 흥미롭게 살펴보며, 생태적 전환이라는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과학 정책 전반에 어떠한 함의를 주고 있는지 심도 깊게 논의한다. 이에 첫 번째 토론자인 박진희는 생태적 전환과 커먼즈론에 관계된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고, 생태적 전환에서 과학과 과학자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 토론자인 이두갑은 지식재산권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문제를 커먼즈론과 관련하여 제기한다. 세 번째 토론자인 김진성은 현직 판사로서 커먼즈론을 사법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과학 연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특별기고: 생성형 인공지능과 과학 연구

원병묵은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생성형 AI가 과학기술 연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흥미롭게 논의하며, 더 신뢰받는 인공지능과 과학 연구를 위해 과학자가 시민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정리해 주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발달의 사회적 함의와 이를 사용한 과학 연구들이 과학계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특별 기고는 인공지능과 지식 생산에 관련된 속 연구들을 위해 중요한 지적 기반을 제공한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를 여는 다채로운 서평들

‘서평’에서는 유상운, 박정연, 심채경, 성한아가 국내에 출간된 다양한 과학책들을 다룬다. 이번 서평은 토착 과학기술과 지구사라는 주제를 심화시킨 이정의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조선의 과학기술사』와 『과학의 반쪽사』로 시작한다.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 대한 심채경의 서평은 오히려 유시민이라는 문과 남자가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문과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에 대한 성한아의 서평은 버섯의 시각에서 바라본 새로운 지구의 모습, 즉 자본주의와 인류세의 관계에 대해 흥미롭게 논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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