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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와 접합의 지
교차와 접합의 지
  • 김재호
  • 승인 2024.02.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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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오사무 외 6인 지음 | 소명출판 | 386쪽

반일·혐한 시대에 돌아보는 한일 지식인 교류사

이 책은 반일과 혐한이라는 극단화된 단절의 시대에 한일 교류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것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살핀다. 특히 한일 지식인 교류에 초점을 맞춰 그 안에서의 갈등과 협력, 대립과 타협, 이견과 조율의 면면을 드러냄으로써, 한일관계의 임계점을 확인하고 향방을 가늠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성과물이다.

이 책의 학술적 의미는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한일 지식인 교류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라는 점이다. 1970년대 이후로한일의 사회과학자들은 미국에 연원을 둔 비교정치학, 발전국가론, 아시아 사회론의 지적 자양분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교류해왔다. 1980년대에는 식민지 경제사를 둘러싸고 활발한 공동연구가 이루어졌다. 1990년대 이후로 인문학 영역에서 한일 간 교류와 공동연구가 급증했고 의제의 동조화(탈민족주의론, 제국론, 동아시아론)가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지식인 교류의 역사, 궤적, 의미에 관한 연구는 수행된 바가 없다.

이 책에서는 한일 지식인 교류의 흔적과 유산을 추적하고, 그것이 한일관계의 좁은 틈 속에서 지닐 수밖에 없었던 한일 양국 지식인 사이의 특수한 양가성(ambivalence)에 착목했다. 대화가 갈등을 낳고 교류 속에서 차이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동상이몽의 현장을 응시함으로써, 한일 관계에 대한 지리멸렬한 비관도 섣부른 낙관도 아닌 진지한 교류와 상호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었는지 성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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