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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 김재호
  • 승인 2024.02.20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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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수 지음 | 계단 | 344쪽

“대장균에서 맞는 것은 코끼리에게도 맞다”_프랑수아 자코브

그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 순간.
현미경으로 세균을 보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세균 없는 세상, 세균 없는 생물학은 존재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생물의 발견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작아서 볼 수 없던 생물을 보게 되면서 자연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었고, 그것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도 보여주었다. 생물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부모와 자식은 왜 서로 닮는지에 대한 힌트도 주었다. 이런 수많은 생물학의 지식과 응용에는 세균을 연구한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를 몇 가지 키워드로 나눠 담아냈다. 미생물학, 그중에서도 세균학의 모든 것을 만들어 온 결정적인 연구를 모았다. “대장균에게 맞는 것은 코끼리에게도 맞다”라는 자크 모노의 말은 미생물 연구가 단지 작은 세균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는 데 앞장서고 있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생명체는 반드시 생명체에서 나온다는 파스퇴르의 발견이 채 200년이 안 되었지만, 이제는 인간이 컴퓨터의 힘을 빌려 인공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시간의 제약으로 실험할 수 없었던 진화의 미스터리는 생애 주기가 짧은 대장균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그 비밀을 드러내고 있다. DNA를 비롯한 유전물질을 찾아내며 거대한 미지의 대륙을 발견한 분자생물학은 PCR과 제한효소, 유전자 가위라는 멋진 도구를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지식과 산업의 영역을 거침없이 열어가고 있다. 세균에서 밝혀진 생명의 원리가 이제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경계에 서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지난 과거와 현재 서 있는 자리, 그리고 앞으로 나갈 미지의 세상이 어디로 뻗어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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