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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작가님!
작가님? 작가님!
  • 최승우
  • 승인 2024.02.2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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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지음 | 새움 | 320쪽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나약한 제 자신을
구원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작가 지망생의 애절하고 열렬한 작가 도전 이야기

책을 안 읽는 세상이라지만, 책을 내려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아 보인다. 수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이 넘는 책 쓰기 강의도 있단다. 그렇다면 내 이름으로 된 한 권의 책을 내는 건 쉬운 일일까?

아이 둘의 아빠이자 평범한 직장인으로 꿈 없이 살아가던 ‘이화경’에게 ‘작가’라는 꿈이 생겼다. 한때 음악인을 꿈꿨던 그답게 음악 에세이를 출간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투고한다. 그가 한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남긴 지 며칠. 한 작가가 그의 글을 구독하기 시작한다. 그 작가의 이름은 배은영, 그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작가였다. 작가 지망생 화경은 들뜬 마음으로 이미 세 권의 책을 낸 작가 배은영에게 댓글을 남기기 시작하는데……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나약한 제 자신을 구원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한때는 뮤지션을 꿈꿨지만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작가 지망생의 애절하고 열렬한 작가 도전 이야기.

책을 안 읽는 세상이라지만, 책을 내려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아 보인다. 수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이 넘는 책 쓰기 강의도 있단다. 그렇다면 내 이름으로 된 한 권의 책을 내는 건 쉬운 일일까?
아이 둘의 아빠이자 평범한 직장인으로 꿈 없이 살아가던 ‘이화경’에게 ‘작가’라는 꿈이 생겼다. 한때 음악인을 꿈꿨던 그답게 음악 에세이를 출간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투고한다. 그가 한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남긴 지 며칠. 한 작가가 그의 글을 구독하기 시작한다. 그 작가의 이름은 배은영, 그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작가였다. 작가 지망생 화경은 들뜬 마음으로 이미 세 권의 책을 낸 작가 배은영에게 댓글을 남기기 시작하는데……

과연 작가가 되려는 이화경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인생이라지만, 제 원고의 미래는 알고 싶네요.”
투고자의 마음, 편집자의 마음, 작가의 마음……
출판을 배경으로 한 서간체 메타소설.

작가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을 화자 이화경의 투고 이야기는 작가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 될 것이다. 이화경은 “출판사에서 반려 메일 올 때 대부분 출간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얘길 해요. 이게 출판사 입장에서는 가장 정중하고 평범한 내용의 반려겠죠. 그런데 한 출판사에서는 원고가 소략한 면이 있다고 왔어요. 소략이 꼼꼼하지 못하고 엉성하다는 뜻이더라고요.” 하며 자신의 원고에 대한 평가를 곱씹는다. 그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대하지 않는 삶에는 실망도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투고 회신 메일에 적힌 “글이 참 좋네요.”라는 짧은 문장 앞에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원고를 대하는 편집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이화경은 편집자의 방향은 옳다던 작가 배은영의 말을 염두에 두며 출판사에서 편집해 온 자신의 원고를 본다. 그러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이 삭제되기도 했고, 불필요해 보이는 문장이 추가되기도 했다. 둘째아이가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던 이야기를 쓴 것이었는데, 출판사 수정본에는 “다행이다, 울컥했다, 행복했다” 같은 말이 추가되어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사실만 얘기하려고 했던 그의 의도가 사라진 것이다.

“‘다행이다, 울컥했다, 행복했다’는 내가 느낀 감정이 아니라 편집자나 독자가 가질 만한 감정이라고 보냈어요. 글쓴이의 감정선까지 치고 들어오는 편집이 저한테는 의미 없는 작업인 거 같다고요.” 그의 메일에 출판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는 ‘구원의 천사’(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속 소설가는 자신의 편집자를 ‘구원의 천사’라고 불렀다) 편집자를 만날 수 있을까?

첫 번째 책은 글쓰기 플랫폼에서 대상 받으면서 출간, 두 번째 책은 투고, 세 번째 책은 출판사 제안, 그리고 지금 네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작가 배은영. 직접적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나오진 않지만 화경의 댓글들에서 그녀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다. ‘글 쓰고 투고 안 하는 게 바보’라고 말하고 ‘근사한 풍경은 당신이 길 잃고 헤매기를 기다린다.’ 하는 그녀는 이미 앞서 길을 가고 있는 작가로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책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작가나 편집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과 삶에 대한 따뜻한 이 책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차례

1부 미지의 섬
2부 기대하지 않는 삶
3부 출판사 사람들
4부 구원
5부 작가 지망

책 속으로 

저는 아내를 직장인 밴드 하면서 만났어요. 우리 두 사람 모두 노래를 불렀죠. 공연도 자주 했는데요. 노래하는 사람은 마이크 욕심이 있잖아요. 어느 공연 날엔 저랑 아내가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마이크 한 대 상태가 안 좋은 거예요. 저는 좋은 마이크를 아내에게 양보했어요. 그 순간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었죠. _p.58

뮤지션을 꿈꾸던 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월급 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렸죠. 그렇게 한동안 꿈 없이 사니까 세상이 참 무료했어요. 분명 숨 쉬고 살아가지만, 저는 죽어 있는 사람과 다를 바 없었죠. 꿈이 없는 사람은 참 슬퍼요. 꿈이 없는 사람. 작가님은 상상이 되실까요?
그런데 책을 써보라는 권유에 순간 가슴이 일렁이더군요. 꿈을 잃고 지낸 제 마음은 잔잔한 호수와 같았는데요. 그 무엇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제 마음에 책이라는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진 거예요. _pp. 61-62

안녕하세요. 어느 출판사 대표 누구누구입니다. 보내주신 원고 잘 받았습니다. 하는 여느 답변 메일과 같은 내용이었는데, 한 줄이 추가돼 있었어요.
“글이 참 좋네요.”라는 짧은 문장이요.

저는 ‘참’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 읽었어요. ‘참’이라는 단어가 빛나 보였어요. 보통의 원고 접수 메일이나 그저 그런 립서비스였다면 ‘참’이라는 단어는 안 썼을 거 같아요. 국어사전에 ‘참’은 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제 글이 출판사 대표님에게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좋았던 걸까요? ‘참’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요.
_pp. 84-85

저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저도 몰래 가슴이 자꾸 두근거려요. 그 두근거림을 멈추고 싶어서 작가님께 글 적어요. 작가님께 글 쓰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거 같아서요.
작가님… “저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말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인 거 같아요. 작가님. 저는 아주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요. _pp.85-86

작가님이 월하노인에 대해 글 쓰신 적 있잖아요. 연인 사이의 인연을 붉은 실로 묶는다는 월하노인이요. 저는 요즘 연인 사이의 붉은 실처럼 글쟁이와 편집자 사이에도 운명의 실이 묶여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실의 색깔은 까만색이요. 아주 까만 색. _p.92

아! 다시 생각하니 가슴 떨리는 제목이에요. 작. 가. 지. 망.
저는 지망을 넘어서 이제는 갈망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작. 가. 갈. 망.
_p.286

저자 소개

이경

어릴 때는 음악을 하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음악은 듣기만 했다. 취미 삼아 여러 음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글을 쓰다, 흑인음악웹진 〈리드머〉 필진으로 활동했다. 음악 에세이를 써보라는 주변 권유에 집필 후 1년간 200여 출판사에 투고하였으나, 몇 번의 계약 제안과 반려의 반복 끝에 여전히 미출간이다. 대신 그때의 과정과 감정을?담은 소설을 이렇게 첫 책으로 내게 되었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언젠가는 글 쓰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싶다.
필명 ‘이경’은 아내가 불러주는 이름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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