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3:50 (일)
이어령의 강의
이어령의 강의
  • 최승우
  • 승인 2024.02.28 1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376쪽

젊음의 가치, 젊음의 조건, 젊음의 자격……
이어령이 이 시대 젊은이에게 남긴
젊음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시대의 지성, 故 이어령 선생님의 2주기를 맞아 『이어령의 강의』가 출간되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글을 통해 선생의 지혜를 구한다. 평생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유로운 지적 유영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까지 세상에 남을 이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누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생명 자본주의, 디지로그 등을 제시하며 빠르게 변하
는 시대 속에서 우리와 이 사회가 살아남을 방법을 가르쳤다.

『이어령의 강의』는 그런 그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다. 선생의 수많은 강연 중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10편을 가려 모았다. “떴다 떴다 비행기”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서울대학교 입학식 축사(2008)부터 ‘생명 자본주의’를 이야기한 한국선진화포럼 월례 토론회(2010), 그리고 “검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비대면으로 치러진 서울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 축사(2021)까지, “전 세기의 모순과 문제를 떠안은” 채 “새 패러다임을 시작”한 젊은이들에게 이어령 선생이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젊음의 가치, 젊음의 조건, 젊음의 자격……
이어령이 이 시대 젊은이에게 남긴
젊음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작년 봄과 올해 봄이 다르고, 내년 봄은 또 올해 봄과 확연히 다릅니다. (…) 나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뭔가 열정을 가지고 말한다면, 적어도 그건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손자, 미래에 태어나는 세대를 위해 뭔가를 남기고 싶은 거예요.” - 「대학생들의 창발력, 그리고 새로운 길」에서

시대의 지성, 故 이어령 선생님의 2주기를 맞아 『이어령의 강의』가 출간되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글을 통해 선생의 지혜를 구한다. 평생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유로운 지적 유영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까지 세상에 남을 이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누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생명 자본주의, 디지로그 등을 제시하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와 이 사회가 살아남을 방법을 가르쳤다.

『이어령의 강의』는 그런 그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다. 선생의 수많은 강연 중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10편을 가려 모았다. “떴다 떴다 비행기”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서울대학교 입학식 축사(2008)부터 ‘생명 자본주의’를 이야기한 한국선진화포럼 월례 토론회(2010), 그리고 “검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비대면으로 치러진 서울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 축사(2021)까지, “전 세기의 모순과 문제를 떠안은” 채 “새 패러다임을 시작”한 젊은이들에게 이어령 선생이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더 높은 세상을 향한 배움과 창조의 즐거움

지의 최전선에서도 언제나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선생은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의 삶을 창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당부한다. “배운 것을 취합해서 묻는 것”이라는 학문의 본질로 돌아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끝없이 질문”하라는 것이다. 선생은 “이 물음이 창조의 하나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종래의 패러다임을 바꿔” 뜨는 것에 그쳤던 우리의 삶을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도, “지혜는 지식 속에서, 지식은 정보 속에서” 죽어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여러분은 사실상 어렸을 때 전부 천재들이었어요. 왜? 끝없이 물었어요. 어머니한테 묻고, 아버지한테 묻고, 사람들한테 물었는데 그 물음을 누가 죽였나요? 어른들이 다 죽여버린 거예요.

(…) 여러분이 나이가 들고 학교에 간다는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새가 왜 우냐고 어린애들이 물으면 답변을 못 하면서도 부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인간의 모든 창조는 질문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창조의 공간」에서

이와 함께, 선생은 “문화의 힘, 언어의 힘, 예술의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창조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바로 ‘눈물’과 ‘외로움’이다. 세종대왕도, 아인슈타인도, 퀴리 부인도 울부짖음과 상처가 있었기에 위대한 발명이 가능했음을 밝히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고통과 외로움을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여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면 우리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임을 이야기한다.

세종대왕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퀴리 부인, 이러한 천재들을 죽여왔느냐를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게 창조적인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창조적인 사람을 따돌리고 못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결국에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남았기 때문에 창조적인 발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가슴 뛰는 창조의 힘, 세종」에서

“‘생태 교류’를 통해 교감하는 종족이 오늘의 젊은이입니다.”

배움과 창조를 통해 젊음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전하지만, 결국에는 ‘생명’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창조해도 그 안에 “생명의 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두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이 세대의 젊은이들을 “‘생태 교류’를 통해 교감하는 종족”이라고 표현한다. 신체감각을 활용해 개발된 아이폰(iPhone), 위(Wii) 등을 사용하고, 영화 〈아바타〉를 보며 “지구인보다는 나비족”의 편을 드는 세대. 선생은 이 세대가 기계와 산업이 “당연시된 현 문명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생명 중심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물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도 남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생명에 굶주려 있습니다. 살고는 있는데 사는 게 아닙니다. (…) 자기가 살아 있다는 걸 체감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을 죽입니다. 피가 분출되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 존재를 느낍니다. 그들의 일상에서는 자아가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게 아날로그 결핍증이 낳은 병폐입니다. -「젊은이들의 생명 의식」에서

이어령 선생은 생명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꿨다. “리빙(living)을 라이프(life)로” 바꾸고 “산업 기술이나 기계 기술의 패러다임, 금융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생명 시스템으로 바꾸”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선생은 “평범한 생명의 생동력을 사랑하고, 울고 환호하는 생생함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을 만들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모든 것은 계산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컴퓨터나 과학이라는 이름 밑에” 의존하지 말고 “38억 년의 기나긴 세월 속에 축적된” 자연의 지혜를 배우며, 이를 인간의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야 함을 강조한다.

과학을 맹신하는 사람이 인간의 지혜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만들고 나서 보니 그 결과는 괴물입니다. 얼마나 기가 막힙니까. 자연이 만든 생명체는 아름다움과 조화가 있는데 인간이 만든 생명체는 괴물에 불과했던 것이죠. 1백 년, 2백 년밖에 안 되는 인간의 과학기술로 만든 생명이 신이 만든, 적어도 38억 년 동안의 긴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생명과 비교가 됩니까. -「닫고 열고 넘어서는 디지로그 세상」에서

“우리는 멋있는 삶을 살아낼 멋진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멋있게 사세요.”

우리는 코로나를 통해 “디지털 세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앞당겨 학습하게 되었고, 동시에 살결 냄새나는 오프라인의 아날로그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배움, 창조, 생명, 이 세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선생은 그 무엇보다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주어진 것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폭”을 넓히는 것. 이것이 가능해야 생명 가치를 바탕으로 한 배움, 창조가 가능하며, 비전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남을 따라가는 삶”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삶을 살기 바랐던 이어령 선생. 『이어령의 강의』를 통해 언제나 젊은이들이 잘 살기를 소원했던 그의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아마도 10년 후, 20년 후 나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때 여러분은 필록테테스처럼 마지막 영광의 승리를 가지는, 상처와 함께 당당하게 트로이전을 승리로 이끄는 그런 숨은 활의 재능들을 꽃 피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을 기대하면서, 그것이 실현되리라 생각하면서 여기에서 오늘 이 이야기를 마칩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창조의 공간」에서

저자 소개

이어령

1933년 11월 13일(음력, 호적상 1934년 1월 15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능소凌宵이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이화여대 교수, 〈서울신문〉〈한국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경향신문〉 등 신문사 논설위원, 88올림픽 개폐회식 기획위원, 초대 문화부장관, 새천년준비위원장,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대표 저서로는 논문․평론 『저항의 문학』『공간의 기호학』『한국인 이야기』『생명이 자본이다』『시 다시 읽기』, 에세이 『디지로그』『젊음의 탄생』『지성에서 영성으로』 외 수십 권, 일본어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하이쿠의 시학』, 소설 『장군의 수염』『환각의 다리』와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날게 하소서』를 펴냈으며, 희곡과 시나리오 「기적을 파는 백화점」「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등을 집필했다. 2022년 2월 26일 별세했다.

책 속으로

1백 년 가까운 서울대 역사 가운데 오늘 같은 졸업식을 치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좋든 궂든 여러분은 비대면 강의를 듣고 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그룹에 속한 졸업생이 된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세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앞당겨 학습하게 되었고, 동시에 살결 냄새 나는 오프라인의 아날로그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_「마스크 한 장」에서

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분 앞에 닥쳐올 새 시대의 상황은 수학 문제로 치면 고차방정식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 여러분이 그냥 날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 삶의 고차방정식과 맞서게 된 여러분은 차가운 하숙방에서 그 난제에 도전한 갈루아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_「‘뜨다’에서 ‘날다’로」에서

여러분도 어떤 틀이나 제도에 갇혀 있지 말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력 트레이닝을 해야 합니다. 아까 말한 공동 인지를 공유해야 합니다. 학교에 가도 다른 학생들과 달라야 해요. (…) 획일성을 반대하는 다양성, 대의, 자유, 감동, 진화, 생명, 이런 키워드들로 여러분의 가슴이 떨리면 도전을 하세요.
_「대학생의 창발력, 그리고 새로운 길」에서

김연아를 보십시오. 이제 20대에 어떤 기업보다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스케이트 타고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환금성이 있다는 걸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이제 무엇으로 설명할 것이냐, 결국 신체성을 통한 예술입니다. 38억 년 된 생명, 지금은 나비족들처럼 생태 교류를 통해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화두인 셈입니다. _「젊은이들의 생명 의식」에서

우리에게 창조적인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창조적인 사람을 따돌리고 못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결국에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남았기 때문에 창조적인 발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긍정의 힘, 융합의 힘, 소통의 힘을 이야기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살려 그러한 사람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_「가슴 뛰는 창조의 힘, 세종」에서

이런 지구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물이 자연과 함께 지내려면 원폭이 떨어져도 살아남는, 공룡보다도 더 오래 산, 지구의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바퀴벌레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 이런 것들이 바로 앞으로 산업이나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는 것이 컴퓨터와 신체성을 관심, 관계, 관찰의 마지막 항목으로 삼아달라는 이유입니다. _「삶을 이끄는 컴퓨팅과 신체성의 법칙」에서

저보고 융합 과학의 아이콘을 하나 만들어달라면 지우개 달린 연필을 해주겠어요. (…) 이것이 새로운 기술을 낳고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케 합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지워버리는 겁니다. 지금까지 배우고 믿어온 것을 지우는 데에만 써도 여러분은 천재가 됩니다. 비워버리십시오. 소거의 논리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_「열고 닫고 넘어서는 디지로그 세상」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