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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 최승우
  • 승인 2024.03.07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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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 지음┃페이퍼 로드┃404쪽

지도와 그림, 연표와 사진으로 읽는 역사의 향연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의 뒤를 이은,
국제관계 전문가 안병억 교수의 두 번째 유럽사 이야기

야만의 게르만족에서 유럽의 심장이 될 때까지
전진하는 강철의 문명, 독일의 격동적인 변천사

“철학자 칸트와 대문호 괴테의 나라가 어떻게 히틀러 같은 괴물을 낳았을까?”

1981년부터 14년간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독일군의 포로가 됐다. 그는 ‘독일’이란 나라를 두고, 위의 질문처럼 말한 적이 있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독일 역사의 핵심을 관통한다. 그만큼 독일 역사는 극과 극을 오갈 만큼 격동적이다. 야만과 문명, 분열과 타협, 반동과 개혁, 분단과 통일까지, 독일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상반된 개념들이 튀어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의 변두리, 수많은 제후국으로 분열된 역사, 숱한 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지리적 조건. 그런데도 독일은 기어이 유럽의 심장이 되어 21세기 오늘날 유럽을 지휘한다. 세계 GDP 3위의 경제 최강국이자 유럽연합의 지휘자 ‘독일’의 성공 요인은 대체 무엇일까?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는 게르만족부터 올라프 숄츠 총리의 집권기까지를 아우르며 독일 역사 전체를 단숨에 가로지른다. 독일과 주위 세계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공시적으로 접근하며, 주요한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풀어낸 최적의 개론서다.

‘누구든지 읽을 수 있는 독일 역사책’을 표방한 만큼 풍부한 시각 자료를 덧붙였다. 7개의 그림, 11개의 지도, 22개의 연표, 35개의 사진 자료는 독일이란 나라가 생소한 독자들조차도 충분히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독일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인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이 당시 독일인으로서 마주했던 시대적 과업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세밀하게 알 수 있다. 독일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이고, 유럽사를 다층적으로 탐구하고 싶은 독자에게 적절한 도서라 할 수 있다.

숱한 위기가 중첩된 오늘날, 시대의 난관을 돌파한 독일의 역사를 통해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공동체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배워보자. 게르만족의 전사 ‘헤르만’의 이야기부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오늘날 독일의 모습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격동적인 독일사 탐사 여행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해보자.
 

풍부한 시각 자료, 흥미진진한 서술, 입체적인 관점
종횡무진 질주하는 ‘한국인을 위한 독일사’

난민, 전쟁, 불황, 그리고 역사.

현재 전 세계의 모든 이슈는 독일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메르켈 총리 집권 시기부터 독일은 1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을 수용했다. 스스로 문제 해결에 앞장선 덕분에 국제사회에서 난민 문제에 관한 발언권이 강하고, 숱한 강대국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의 행보도 시종일관 주목을 받았다. 예로부터 ‘접촉을 통한 변화’를 추구한 독일 정부가 러시아산 물품 및 에너지 자원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수립한 ‘동방정책’과 그것의 이념인 ‘접촉을 통한 변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진 독일의 주요한 외교 기조였다. 그러나 사민당 출신 올라프 숄츠 총리는 독일이 과거에 저지른 전쟁범죄를 기억하며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이유로, 독일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한편 1월 중순부터 거의 한 달간 독일 전역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 독일대안당)’을 규탄하는 시위에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 AfD는 2010년 그리스 구제금융 사건을 계기로 창당된 극우 정당으로 최근에는 반이슬람, 반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독일에서 세력을 불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발흥하고 있긴 하여도 독일에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은 대내적으로는 나치 청산과 독일 재건을 내걸고, 대외적으로는 유럽통합과 이를 통한 국제무대의 복귀를 추진했다.

즉 독일인에게 과거사 반성이란 도덕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유럽연합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독일의 역사란 세계의 역사와 긴밀하게 조응했고, 이러한 특징은 단순히 현대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는 게르만족 전사 ‘헤르만’부터 시작하여 오늘날 독일을 이끄는 총리 ‘올라프 숄츠’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이를 통해 독일 역사의 격동적인 변천사를 따라가고, 나아가 한국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독일의 숨겨진 면모를 부각한다. 이에 따라 유럽사 속의 독일사, 독일사가 품은 유럽의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한다. 그런즉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럽의 관점에서 독일사를 서술했다. 유럽은 각국이 지리적으로 인접하기에 서로의 역사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유럽 대륙 한복판에 놓여 있다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유럽사 전체에 걸쳐 역사적 변천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고, 본인이 외부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독일을 넘어 기독교 세계 전체를 뒤흔들었고,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이 19세기 열강들의 세력 균형을 뒤흔들었으며, 나치의 제3제국이 또 한 번의 대전쟁을 불러일으켰듯이 말이다. 따라서 독일 역사는 그 자체로 유럽사의 그림자 혹은 거울이라 부를 수 있고, 저자는 본문 전체에 걸쳐서 독일과 외부의 상호작용을 특별히 강조한다.

둘째, 독일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풀이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 역사는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문명과 긴밀히 연결됐다. 또한 독일 지역 내부에서의 갈등이나 교류도 적잖은 편이다. 따라서 단일한 시각, 단편적인 이야기로는 독일사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없다. 저자는 단순한 ‘이야기 나열하기’를 피하고자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연표를 활용해 비슷한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하거나 관련된 학설이나 연구자들의 이론을 인용하며 같은 사건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필요한 순간마다 극적인 문체를 사용해 독자가 머릿속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독자들에게 깊게 고민하고 생각할 주제를 끊임없이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접했던 학계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를 본문에 인용하면서 독자들에게 논쟁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논쟁을 감추어 독자에게 매끄러운 지식만을 전달하려는 기존의 역사책들과는 달리 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각자의 생각과 판단을 갖추기를 원하듯이 계속해서 질문한다. 제1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베르사유 강화 조약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가 어떻게 미흡했는지, 68운동의 성과와 한계가 무엇인지 등 저자는 독자들과 마치 소통하듯이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이 책은 독일 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독자는 물론이고, 독일사 혹은 유럽사를 다른 이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독일 역사를 유심히 살피면, 독일 국민 혹은 민족이 공동체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지역별, 방언별로 분리되었기에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며 문제를 해결했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압도적인 무력이나 권위가 동원되기도 하였으나 최종에는 타협과 조율의 작업이 수반되었다. 그 과정에서 ‘독일’이라는 나라가 태어나도록 합의된 것이고, 이러한 합의 문화의 전통은 오늘날 독일 정치의 기본 문법으로까지 발전했다.

따라서 분단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독일의 역사는 타협, 합의, 상호 인정의 가치를 일깨워 줄 것이다. 오랜 세월 독자성을 유지하는 지역별 풍토, 종교가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는 관용, 강력한 힘으로 독일 통일을 관철시킨 비스마르크조차 경쟁자들과의 타협을 고려했을 만큼 오랜 세월 누적된 합의와 숙의 문화 등은 앞으로 더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한 난제를 직면할 한국인에게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은이 안병억

1965년에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한국 외국어 대학교를 졸업했고 1991년 8월부터 2000년 9월까지 연합뉴스와 YTN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30대 후반에 가족을 데리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국제정치를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2년부터 대구 대학교 국제관계학과에 이어 군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럽통합에서의 독일 문제」(2015), 「브렉시트와 의회주권」(2019) 등 유럽의 흐름을 분석하는 논문과 『한눈에 보는 유럽연합』(2008),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2014) 등 10여 권의 학술서적을 썼다. 교양서로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2020), 『셜록 홈즈 다시 읽기』(2022)를 출간했다. 유럽통합과 지역주의 비교 연구, 평화 연구가 주 관심사다. 2016년 말부터 유럽과 글로벌 이슈를 분석하는 주간 팟캐스트 방송 ‘안쌤의유로톡’을 제작·운영 중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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