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0:10 (토)
무책임한 무전공제 이전의 해결 과제
무책임한 무전공제 이전의 해결 과제
  • 홍성학
  • 승인 2024.03.11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논평_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교육부는 지난 1월 31일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 내용의 핵심은 ‘2025학년도 모집단계 혁신성과’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모집단계 혁신성과로 전공 없이 입학하는 학생 비율, 다시 말해 무(無)전공제 입학생이 25% 이상이 되도록 하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리고 성과평과 결과에 따라 성과급(인센티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의 취지로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맞는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들었다. 학문 간,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융합인재 양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학생 전공이 입학 시 결정돼 졸업까지 이어지는 단선 구조 등 기존 교육체계로는 다양한 학문에 기반한 융합역량을 함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급속한 경제·산업 변화로 인한 인재 미스매치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스스로 체질 개선을 통한 다양하고 폭넓은 인재양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융합인재 양성, 무전공제만이 해결 방법일까?

이렇게 교육부는 사업과 그 취지를 제시했지만 많은 의문점과 비판적 관점을 갖게 된다. 무전공제는 과연 융합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전공제만이 해결 방법일까? 무전공제로 인해 인기학과 중심으로 전공 쏠림이 커지고 다양한 전공이 사라져 융합인재 양성에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전공 쏠림현상에 따른 교육 여건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특히 교원확보율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 현장에서는 교원확보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낮은 임금의 계약 전임교원(대학 현장에서 표현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더 늘리는 것 아닌가? 융합인재 양성이 목적이고 무전공제 도입이 수단이라면 무전공제 도입 자체에 성과급을 부여하는 것은 부적합한 것 아닌가?

자율혁신을 내세우면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성과급(인센티브)을 부여하는 것은 적합한가? 중학교 과정에는 다양한 진로 탐색을 위한 자유학년제가, 고등학교 과정에는 학생의 진로 관심에 따라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고교학점제가 있는데 대학교육에 무전공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합한가?

융합인재 양성을 제대로 하려면 입시경쟁교육과 대학서열체제부터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일반대학이 취업 인기학과를 늘리고 각 대학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대학의 목적에 맞는 정체성을 회복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과연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이러한 의문점과 비판적 관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는지 묻고 싶다. 교육부 보도자료나 언론에 나오는 내용에서는 교육부가 이러한 의문점과 비판적 관점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의 이번 무전공제 추진은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추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학서열체제 해소·대학 정체성 확보가 먼저다

교육부는 무책임한 무전공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이전에 적어도 다양한 의문점과 비판적 관점에 따른 다음의 고등교육 과제를 해결하는데 나서야 한다. 먼저 대학서열체제 해소와 각 대학의 정체성 확보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에서부터 지방대학으로 그리고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순으로 서열화가 공고하게 이뤄졌다. 이런 서열 체제하에서 각 대학의 정체성(특히 일반대학의 학문적 정체성)이 훼손되고 특성과 다양성이 무너졌다. 이런 현실에서 무전공제 추진은 서열화를 더욱 강화시키고 정체성을 더욱 훼손시키게 될 것이다.

둘째, 교원확보율을 높여 교원 1인당 학생수를 낮춰야 한다.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적어야 융합인재 양성 교육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일반대학의 경우 15명, 전문대학의 경우 16명(2018년 기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각각 24명, 33명(2020년 기준)이다.

OECD 수준으로 개선하려면 일반대학은 학생충원율을 62.5%, 전문대학은 48.5%로 낮추든지 더 많은 전임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OECD 평균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것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교원 1인당 학생수가 더 낮아진다. 미국의 경우 14명, 영국 11명, 독일 12명(2019년 기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임교원 중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비율이 40% 이상 되고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셋째, 대학의 자율성 확보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성과급제(인센티브제)로는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혁신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교육부가 제시한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진정한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의 공공성 확보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정부 재정지원이 OECD 평균 1.0% 정도보다 낮은 0.6~0.7% 정도에 불과함은 잘 알려져 있다. 안정적인 정부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각 대학(일반대학·교육대학·산업대학·전문대학 등)의 목적을 실현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학 간 재정지원 차별화가 사라져 균등한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대학 교원들은 신분과 근로조건이 안정화돼야 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전국교수노조 위원장과 교권쟁의실장을 지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