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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화/과학』117호(봄) ‘사회적 우울’ 특집호 발간
계간 『문화/과학』117호(봄) ‘사회적 우울’ 특집호 발간
  • 김재호
  • 승인 2024.03.14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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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우울’ 특집은 총 7편의 글을 통해 국내외 다중재난과 한국판 자본주의의 ‘불안정 상태’의 심연 아래에 놓인 대중의 우울과 불안의 심리, 즉 ‘정서적 위태로움’의 다층적 지형을 그려내고 있음.
우리 사회 더 깊어진 우울의 근원이 무엇인지, 사회적 우울의 양상이 어떠한지, 그리고, 다른 삶과 대안 정치의 구상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비판적으로 점검.
구체적으로, 다중재난 상황에서 국가 폭력과 참사에 치유 받지 못한 수많은 몸과 마음, 우울의 ‘생의료화’에 갇힌 몸, 과로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동하는 몸, 정상성 논리에서 배제된 다른 몸과 아픈 몸, 소셜미디어 정동에 휘둘리는 몸, 우울 관리마저 자기 책임으로 떠안은 몸,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로 자살하고 부서지는 몸, 생태 위기로 ‘기후 난민’이 된 몸 등이 구성하는 사회적 우울의 지형 포착.
우리 사회 다치고 부서지고 누락되고 배제된 몸들이 구성하는 ‘사회적 우울’의 얽힘을 연결해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이로부터 새로운 주체성의 정치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읽어내는 데 방점.
그 외 이론의 재구성에서는, 스피노자로부터 생태주의적 정치 가능성을 벼리는 논의와, 동시대분석에서는, 5.18 광주 항쟁의 역사화, 세월호 참사 10주기 평가, 강제 철거된 원주아카데미극장 문제 논의 주목.

계간 『문화/과학』은 1992년 창간 이래 한국의 진보적 문화이론과 비판적 문화연구를 주도하며 30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을 편집인으로 하여 101호부터 ‘커먼즈’, ‘코로나19의 문화정치’, ‘인공지능 자본주의’, ‘집/삶’, ‘기후 생태 커먼즈’, ‘문화체제와 1990년대’, ‘SF사회’, ‘지역에서’, ‘애도와 책임, 10·29 이태원 참사’, ‘AI는 생성하는가’, ‘장애와 역량’ ‘학교 전쟁’ 같은 특집 주제를 거쳐 이제 117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는 네 명의 편집위원(이광석, 정원옥, 이해수, 권범철, 정강산)이 책임을 맡아 ‘사회적 우울’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117호 특집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17호 특집 <사회적 우울>

『문화/과학』 117호 ‘사회적 우울’ 특집에는 총 7편의 글이 실렸다. 이번 ‘사회적 우울’ 특집을 구성하면서 편집위원회는 우리 사회가 성장 논리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면서, 사회 구성원의 마음 속 심연과 집단 심리 지표 변화를 꼼꼼히 읽거나 전면적으로 사회 문제로 삼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 도달했다. 일상의 폭력과 배제로부터 다친 수많은 마음들의 상처를 제때 진단하고 치유하지 못하면서 사회 구성원의 내면에서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데 크게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 특집은 한국판 자본주의의 ‘불안정 상태’의 심연 아래에 놓인 대중의 우울과 불안의 심리, 즉 ‘정서적 위태로움’의 다층적 지형을 살피고자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 더 깊어진 우울의 근원이 무엇인지, 사회적 우울의 양상이 어떠한지, 그리고, 다른 삶과 대안 정치의 구상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비판적으로 점검하고자 했다. 

특집 글들의 공통점은, 다중재난 상황에서 국가 폭력과 참사에 치유 받지 못한 수많은 몸과 마음, 우울의 생의료화에 갇힌 몸, 과로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동하는 몸, 정상성 논리에서 배제된 다른 몸과 아픈 몸, 소셜미디어 정동에 휘둘리는 몸, 우울 관리마저 자기 책임으로 떠안은 몸,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로 자살하고 부서지는 몸, 생태 위기로 ‘기후 난민’이 된 몸 등 아프고 부서지고 누락되고 배제된 몸들이 구성하는 ‘사회적 우울’의 얽힘을 연결해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이로부터 새로운 주체성의 정치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읽어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정원옥은 특집을 여는 글에서 ‘사회적 우울’이라는 문제설정을 통해서 개인의 우울증을 사회와 연결하고, 집단 정동으로서의 우울을 새로운 주체 구성 및 대안적 정치의 가능성을 위한 자원으로 삼을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시민사회가 무기력에 빠지게 된 현상을 해명하는 한편, 당사자만이 아니라 비당사자를 어떻게 주체화할 것인가로 그의 관심을 확장한다. 이현정은 한국에서 우울이라는 경험이 생의학적 차원에서 ‘의료화(medicalization)’되는 과정을 탐색한다.

그는 우울의 생의료화가 만성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을 ‘환자’ ‘비정상’으로 낙인찍고 우울의 사회구조적 원인에 대한 질문을 차단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사회적 우울에 대한 다각적인 통찰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김관욱은 세대를 걸쳐 이어져 내려온, 위태롭고 열악한 고용 상황, 직장 스트레스와 과로, 무기력과 절망감에 갇힌 노동 현장, 정리해고자의 정신적 고통 등이 상호 우울이란 사회적 전염의 그물망을 만들면서, 노동자 개인의 정신질환과 사회적 정동의 병리학을 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전은기는 사회 우울의 근원을 현대인의 전자적 연결에 대한 연출된 강박에서 찾고 있다. 기술이 일상이 되고 ‘환경’이 되는 현실에서 소셜미디어와 플랫폼의 작동은 주체의 내면을 구성하는 새로운 권력 장치가 되고 있다고 바라본다. 이해수는 우울의 사회적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심리화(psychologization)의 통치술에 포획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소묘한다.

정강산은 전 지구적으로 대두된 ‘암울한 세대’로부터 자본주의 구조위기의 징후를 읽어내며, 정신분석학을 동원해 이러한 조건이 창출하는 리비도 형세를 분석한다. 권범철은 생태 위기로 인해 우울에 빠진 주체를 다룬다. 그는 우리가 서로를 돌보면서 ‘우리’가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집합적 주체 자체가 우울에 대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 동시대 분석: ‘동시대 분석’ 코너에는 네 편의 글을 실었다. 특집 주제와 연계해 성상민은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대한 미디어 비평을 시도한다. 그는 이 작품이 과거 정신질환을 다룬 작품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도 사회적으로 구성된 질환을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김선우는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아 4·16운동의 성과와 과제를 살폈다.

그는 4·16운동으로 말미암아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과 국가 조사기구의 활동 등 많은 성과도 거두었지만, 핵심적인 진실은 밝히지 못했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미흡한 한계를 남겼다고 평가한다. 이두찬은 2023년 강제 철거된 원주아카데미극장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원주아카데미 극장의 의미와 역사, 폭력적인 철거 과정을 짚으면서 극장만이 아니라 극장을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의 시민력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김만석은 5.18 항쟁을 경험했던 이들의 사진 기록을 ‘항아리’ 속에서 건져 올린다. 그가 주요 키워드로 삼는 항아리는 신군부의 검열을 피해 항쟁의 필름을 숨겨두었던 실제 항아리이자, 그동안 인화되지 못한 광주 항쟁의 역사화를 가리키는 은유이기도 하다.  

* 텍스트의 발견: 이번 <텍스트의 재발견> 코너에는 세 권의 책에 대한 세 개의 글을 실었다. 먼저 전주희는 이나래 등 6명이 공저한 일하다 아픈 여자들의 성과와 한계를 살핀다. 그는 이 책이 젠더적 위계 속에서 베일에 감춰져 있던 ‘여성의 산업재해’를 조명해낸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노동 환경을 ‘여성의 신체’에 적합한 공간으로 재조직화하는 것이 ‘젠더적 관점’의 최선인지 질문한다.

김신식은 김인정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 주요 대목을 소개하며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공감받을 자격을 따지는 사회 현실을 조망한다. 이 글은 타자의 고통을 전하는 저널리즘이 구사하는 ‘친근감’의 문법에 내재한 공감의 편향성에 문제 제기한다. 이민호는 김준희의 저서 대화로서의 영화를 개관하며 저자가 기댄 주체의 자율성을 상찬하며 그 타율성을 부정적 대당으로 삼는 철학적 가정들에 문제 제기한다.  

* 이론의 재구성: 이번 호 <이론의 재구성>은 스피노자의 반개인주의적이고 관계론적 정치철학에서 발원하는 평등 이론의 특징과 그것의 동시대적 의미를 찾는 김강기명의 글을 실었다. 그는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의 관계론적이고 평등주의적 정치 이론에서, 동시대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할 이질적인 인간 다중과 사물의 상호의존적인 ‘행위 역량’과 ‘포괄적 정치’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음을 논증한다.

* 이미지: 정강산의 이번 <이미지 큐레이팅>은 동시대의 음울한 기류를 상대하는 세 작가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나수민이 불안과 우울에 침윤된 청년의 풍경을 묘사한다면, 노원희는 긴요한 정치적 실천들이 처한 무관심과 곤경의 문제를 다룬다. 한편 흑표범은 인간들의 지난한 연결과 이입의 시도에 주목하며, 이로부터 음울한 세태를 넘어설 단초를 암시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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