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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외국어 익히듯 클래식에 빠지다
낯선 외국어 익히듯 클래식에 빠지다
  • 김준희
  • 승인 2024.03.22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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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클래식 음악 수업』 김준희 지음 | 사람in | 200쪽

52곡 선별해 실황 연주 QR코드로 담아
친절하지만 임팩트 있는 교양서로 집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싶은데, 좀 어려워서 접근하기가 망설여져요.” “어떻게 하면 클래식 음악을 잘 즐길 수 있을까요?” 강의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청소년 시절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던 대학 새내기들이 학문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교양수업을 수강하는 과정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 ‘K-클래식’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조성진·손열음·임윤찬·양인모 등 젊고 유능한 클래식 스타들이 세계 무대를 휩쓸면서 클래식 음악을 즐기려는 대중의 지적 욕망도 이와 맞물려 있다. 

학생들의 이러한 질문들 덕분에 『클래식 음악 수업』을 집필하게 됐다. 클래식에 관한 도서는 차고 넘친다. 유명 음악인의 에세이부터 오페라와 같은 특정 장르에 집중한 책, 음악사적인 순간들에 초점을 맞춘 책,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게 음악을 선택해 주는 책, 영화를 비롯한 다른 대중 매체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들을 선별해 놓은 책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한 권을 골라 읽고 나면 클래식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습득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은 낯설고 어렵다. 왜 그럴까? 음악이라는 예술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 순간의 예술이다. 연주된 음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청각을 통해 즉각적으로 다가왔지만, 불친절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 음악의 특징이다. 미술작품 같은 경우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도록이나 사진 등으로 활자와 함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교양서를 보면서 익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물론, 클래식 작품 역시 음원으로 반복해서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가요나 팝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이가 긴 클래식 음악은 활자화된 텍스트와 함께 학습할 때, 청각과 시각을 모두 활용해야 하므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글을 읽고 클래식 음악가의 일생, 작품의 제목과 번호, 방대한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모두 꿰뚫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지 않으면 반쪽짜리 지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 수업』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을 먼저 소개했다. 사물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그 형태부터 알아야 하는 것처럼, 한 작품이 어떤 악기로 연주되는지, 어떤 종류의 음악인지 악기와 장르를 알아가는 것을 음악 감상의 첫걸음으로 두었다. 클래식 음악을 ‘낯선 외국어’를 익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봤다. 원어민이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는 언어를, 외국인들은 문법, 회화, 독해 등의 분석적인 과정을 거쳐 익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클래식 입문자들에게 적합하도록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대학 교양 음악 시간에 강의하는 패턴으로 구성했다. 악기별·장르별 감상법은 강의실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감상곡을 선택할 때, 몇 가지 기준을 두었다. ‘음악을 좀 듣는 사람들이 아는 곡’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고 보면 빠져드는 곡’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 시대의 서곡을 소개할 때 많은 사람들은 펠릭스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을 고르지만, 나는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택했다. 서양음악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윤이상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그의 「플루트 협주곡」도 클래식 음악 교양서 중 최초로 소개했다. 물론 각 장르와 악기 배치에도 신경을 써서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52곡을 선별했고, 각 곡의 실황 연주를 QR코드로 담아 본문을 읽으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클래식 음악이 BTS나 블랙핑크, NCT, (여자)아이들의 노래처럼 모든 이의 귀에 착착 감기는 날이 오기를 꿈꿔 본다. 『클래식 음악 수업』이 클래식에 입문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비롯해, 여유로운 시간을 지식과 정서로 채우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지만 임팩트 있는 교양서가 되길 바란다. 

 

 

 

김준희
인천대 기초교육원 강사·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캠퍼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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