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50 (토)
의대 증원, 비수도권에 82% 배정…서울은 증원 0명
의대 증원, 비수도권에 82% 배정…서울은 증원 0명
  • 장성환 기자
  • 승인 2024.03.20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 발표
의대 교육 질 하락·의대 쏠림 현상 심화 우려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 교육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 교육부)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천 명 가운데 82%인 1천639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에 배정했다. 지역 거점국립대 의대는 총정원 200명 수준으로,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는 최소 100명 수준으로 맞춰 지역 의료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서울 지역 의대에는 단 1명도 배정하지 않았고, 경기와 인천 지역 의대에 나머지 361명을 배정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의대 쏠림 현상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거점국립대 의대, 대부분 총정원 200명 수준으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각 대학의 의대 증원 신청을 받은 뒤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지역별·대학별 정원 배정을 마쳤다.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는 학교별 증원 신청 자료를 토대로 각 대학의 현재 의학교육·실습 여건과 향후 계획의 충실성, 그간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기여도 및 향후 기여 의지 등을 종합 검토했다.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우선 지역 거점국립대 9곳 중 7곳의 총정원이 200명 수준으로 늘었다. 기존 정원 110명이었던 경북대, 76명이었던 경상국립대, 125명이었던 부산대, 142명이었던 전북대, 125명이었던 전남대, 49명이었던 충북대, 110명이었던 충남대의 총정원이 200명으로 증가했다. 나머지 지역 거점국립대인 강원대도 49명에서 132명으로, 제주대 역시 40명에서 100명으로 정원이 크게 늘었다. 

다른 비수도권 지역 의대도 대부분 총정원 100명을 넘기게 됐다. 강원 지역에 있는 연세대 분교·한림대·가톨릭관동대, 부산 지역 인제대·고신대·동아대, 대전 지역 건양대·을지대, 충북 지역 건국대 분교가 총정원이 100명으로 증가했다.

경북 지역 동국대 분교, 대구 지역 계명대·영남대, 충남 지역 단국대 천안캠퍼스, 울산대는 총정원이 120명으로 늘어났으며 전북 지역 원광대, 광주 지역 조선대, 충남 지역 순천향대는 총정원 150명이 됐다. 대구 지역 대구가톨릭대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게 총정원 80명으로 100명을 넘지 못했으나 기존 40명에서 2배인 80명으로 증가했다. 비수도권 지역 의대의 정원은 기존 2천23명에서 1천639명 늘어나 3천662명이 됐다.

서울 지역은 0명…경기·인천 지역만 361명 증가

수도권에서는 서울 지역 의대 정원이 단 1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서울대(135명)·경희대(110명)·연세대(110명)·한양대(110명)·고려대(106명)·가톨릭대(93명)·중앙대(86명)·이화여대(76명)가 현재 정원을 유지했다.

대신 경기와 인천 지역에 있는 대학 의대의 정원이 361명 늘었다. 성균관대와 아주대는 기존 정원 40명, 인하대는 기존 정원 49명에서 각각 80명, 71명이 증가해 총정원 120명이 됐다. 가천대는 기존 정원 40명에서 90명이나 늘어나 총정원 130명이 됐으며, 차의과대의 경우 기존 정원 40명의 2배인 80명까지 총정원이 증가했다. 경기·인천 지역은 의대 정원이 209명에서 570명까지 늘어났다.

이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은 지역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높여 어느 지역에서 살던 국민 누구나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6년 후인 2031년부터 이번 의대 증원에 따른 인력이 배출되고, 2035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료계에 진출함에 따라 의사의 진료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배분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의대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이날 '정부는 의대생 2천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고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표는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배정 결과.(표 = 교육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표는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배정 결과.(표 = 교육부)

 

"지역 의대, 국어·수학 1등급 아니어도 진학 가능"

이번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두고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증원에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지역 대학의 일부 의대 교수들은 현재도 부족한 의대 교수진 확보와 실습 자원 및 기자재 등 시설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지역 의대 관계자는 "본과 실습 수업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임상교수가 필요한데 증원 전인 지금도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교수가 부족하면 토론이나 실습 위주의 교육 여건이 악화되고, 수십 년 전처럼 주입식 교육 방식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증원 숫자가 신청한 그대로 받아들여져 좋기도 하지만 산적한 갈등과 문제들로 걱정이 앞선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단 국립대 의대부터 오는 2027년까지 전임교원을 1천 명 규모로 확충하고, 신속하게 시설·설비·기자재 등 대학별 증원에 따른 추가 수요를 조사해 예산 지원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대 정원 증원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대폭 증가하면서 의대 진학을 위해 이른바 '지방 유학'을 떠나는 수도권 학생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이공계 학생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대학 이공계 재학생 중 반수를 고려하는 학생도 상당수 나타날 수 있는 규모의 증원"이라며 "최상위 5개 의대 중 성균관대와 울산의대가 정원이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나 늘어나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늘어난 의대 정원으로 인해 대학 합격선도 낮아질 수 있다"면서 "지역 의대의 경우 국어와 수학 과목이 1등급이 아니어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도 "비수도권 지역 의대 정원이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 데다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만큼 수도권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위한 지방 유학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며 "서울 소재 의대는 증원하지 않았기에 입시에서 큰 영향은 없을 듯 하나 오히려 이 부분으로 인해 학생들의 선호도는 더 커질 수 있을 듯 하다"고 설명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