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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제, ‘학생 의지’를 최우선…학습경험 최대한으로”
“자유전공제, ‘학생 의지’를 최우선…학습경험 최대한으로”
  • 최승우
  • 승인 2024.03.26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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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

정원 미달이 되지 않을까, 초과하지는 않을까
적으면 적은 대로, 질 높은 강의를 선보이고
많으면 많은 대로,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하다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은 32년간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지내며 부총장을 맡았고, 8년 동안(2014.2~2022.1) 한동대 총장을 지냈다. 2022년 10월부터 제11대 부산외대 총장을 맡고 있다. 한동대는 일반 사립대 중에서는 처음으로 1996년에 고 김영길 총장이 자유전공제를 시행했다.

장순흥 총장은 “현재 한국에서는 자유전공제를 제일 많이 경험한 것 같아 독자 여러분께 자유전공제에 대한 중요성과 제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며 “카이스트와 한동대는 개교부터 자유전공제를 시행해 온 대학이지만, 부산외대의 경우 개교 40년만에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자유전공제를 실시하게 됐다”고 이번 인터뷰 배경을 전했다.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은 "교수진이 직접 고등학교에 방문해 영업사원처럼 홍보하지 않아도 된다. 부산외대는 1학년에게 우리 과를 홍보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사진=부산외대

△ 부산외대가 부울경 지역 최초로 자유전공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요즘 떠오르는 이슈 중 하나는 ‘신입생 25% 이상 무전공 입학’입니다.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자유전공제는 학생들이 내가 희망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는 학사 제도를 의미합니다. 부산외대의 지향점은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내게 필요한 공부. 무엇이든. 마음껏. 자유롭게’입니다.

제가 제일 안타까웠던 적이 있는데, 입시 원서 접수 기간별 지원율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경쟁률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경쟁률이 낮은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마지막 날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현실을 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이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역량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돕는 중요한 결정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외대가 자유전공제를 도입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유롭게 관심과 역량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고 전공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이 창의성과 자기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또한, 학과의 벽을 허물어 학생들의 다양한 시야를 넓혀 글로벌융합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학생의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학교의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먼저, 1학년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그리고 2학년부터는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100% 보장해 진학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전과도 적극 보장합니다. 모든 신입생은 글로벌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후 △AI 플랫폼을 활용한 영어 교육 △관심 전공 교과목 수강(전공학점 인정) △리더십 및 인성교육 △단과대학별 전공탐색 교과목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합니다.

그리고 2·3·4학년 때 더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 체험과 전공 탐색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대해 탐구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1전공 포함 2개 이상의 전공 이수를 필수로 하여 △복수전공 △융합전공 △마이크로전공 등 다양한 전공 선택을 통해 학생의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자기계발을 위한 자유학기제를 운영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요구를 고려해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해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와 만족도를 높이고자 합니다.”

△ 자유전공제의 장점은 무엇이며,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자유전공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역량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전공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에 대한 적극성과 자기주도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 원하는 학과를 스스로 선택해서 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소신이 있고 긍지가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휴먼네트워크 시대입니다. 하지만 기존 편제로 인해 제일 안타까운 것이 무엇이냐하면 학생들이 본인의 학과 교수님, 친구들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1학년 때 다양한 학과 교수님과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유대감이 굉장히 높아지고 이는 곧 중도탈락률도 낮출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수님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편제를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교수님들이 몇 달 동안 편제 조정으로 많이 힘들어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유전공제를 시행하면 편제 조정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지난해 큰 이슈가 된 한 일간지의 ‘고교 가면 잡상인 취급, 난 앵벌이 교수’ 기사처럼 교수진이 직접 고등학교에 방문해 영업사원처럼 홍보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산외대는 1학년에게 우리 과를 홍보하면 됩니다. 이건 정말 큰 부담감을 줄인 일입니다.

물론 교수진의 부담감이 없어지는 만큼 총장의 책임이 커지지만, 학생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경험을 존중함으로써 대학은 더욱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대학의 교육 혁신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전공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짐에 따라, 교수진의 역할 변화와 새로운 교육 시스템 구축 방안이 궁금합니다.
“자유전공제는 학생과 교수님들에게 굉장히 유익한 제도입니다. 다만 총장님들에게는 부담이 큰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융합시대입니다. 이에 우리의 역할은 학생이 넓은 지식을 가지고 융합적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벽을 허물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 교수님들께서도 자신의 학과만 보는 것이 아닌 좋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학과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융합적인 마음가짐을 가지셔야합니다.

하지만 간혹 자신의 학과가 정원이 미달 되지는 않을까, 초과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때 제가 항상 해드리는 말은 적으면 적은 대로 학생에게 질 높은 강의를 선보일 수 있겠구나, 많으면 많은 대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얘기합니다.

실제로 스탠퍼드나 MIT에서도 자유전공제를 시행하는데 60%가 IT 계열로 모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 두 학교는 학생의 의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지원하기에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되었습니다.

이에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이런 교수진의 역할 변화와 새로운 교육 시스템 구축 방안을 통해 자유전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학생들의 학습 경험이 최대한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부산외대 자유전공제에 대한 기대와 비전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산외대는 자유전공제를 통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습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수강하고 전공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해 학습할 때의 자유로움과 책임감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키우고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개교 40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는 만큼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요구를 충족시키며,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준비된 인재를 양성해 사회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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