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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없이 ‘식각’하는 반도체 기술 개발해냈다
화학물질 없이 ‘식각’하는 반도체 기술 개발해냈다
  • 김재호
  • 승인 2024.03.26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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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제네바대 국제 공동 연구팀
비대칭 강유전체 마멸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나노스케일 식각을 통해 구조체를 만드는 나노패터닝 기술 개발
기존 반도체 패터닝 방식과 다르게 화학물질 및 고비용 리소그래피 장비 없이 매우 낮은 비용으로 대면적 나노 구조 제작 가능해 산업적 잠재력 커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의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강유전체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 혹은 작은 물리적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로 활용되는 등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도체의 핵심 소자가 되는 강유전체를 화학물질 없이 식각할 수 있는 연구를 성공해 화제다. 식각이란 금속 혹은 유리 등의 표면을 화학물질을 통해 부식시킴으로써 모양을 조각하는 것이다. 

왼쪽부터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제네바 대학교 양자물질 물리학과 패트리샤 파루치(Patrycja Paruch) 교수, 조성우 박사다. 사진=카이스트

최근 홍승범 카이스트 교수(신소재공학과)가 제네바 대학교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강유전체 표면의 비대칭 마멸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찰해 규명했고,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나노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마멸은 물체 표면의 재료가 점진적으로 손실 또는 제거되는 현상이다. 나노 패터닝 기술은 나노스케일로 소재의 표면에 정밀한 패턴을 생성해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강유전체 소재의 표면 특성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다. 이들은 원자간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을 활용해 다양한 강유전체의 마찰·마모(트라이볼로지) 현상을 관찰했고, 강유전체의 전기적인 분극 방향에 따라 마찰되거나 마모되는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구진은 강유전체의 마찰·마모 특성이 나노 단위에서 강한 응력이 가해질 때 발생하는 변전 효과로 인해 강유전체 내부의 분극 방향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마찰·마모 특성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강유전체 마찰·마모 현상을 소재의 나노 패터닝에 응용했다. 

이러한 패터닝 방식은 기존의 반도체 패터닝 방식과는 다르게 화학 물질과 고비용의 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기존 공정 대비 매우 빠르게 나노 구조를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졸업생 조성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강유전체 비대칭 트라이볼로지를 관찰하고 규명한 데 의의가 있고, 이러한 분극에 민감한 트라이볼로지 비대칭성이 다양한 화학적 구성 및 결정 구조를 가진 강유전체에서 널리 적용될 수 있어 많은 후속 연구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공동교신저자로 본 연구를 공동 지도한 제네바 대학교 파루치(Paruch) 교수는 “변전 효과를 통해 강유전체의 도메인이 분극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표면 특성을 나타내는 것을 활용함으로써, 다양하고 유용한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앞으로 뻗어나갈 분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연구를 이끈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패터닝 기술은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패터닝 공정과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매우 낮은 비용으로 대면적 나노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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