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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디아스포라의 목소리
재일 디아스포라의 목소리
  • 김재호
  • 승인 2024.03.27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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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외 3인 지음 | 김용규 외 2명 편집 | 소명출판 | 328쪽

경계적 사유와 재일디아스포라의 위치

이 책은 한반도와 일본의 정치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이 민족과 언어, 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대담집이다. 이들의 경험은 개인사와 민족사, 민족사와 세계사, 미시사와 거시사의 교차점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가치를 갖는다. 재일조선인 지식인들은 20세기 들어 국권의 상실과 민족 분단으로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이주하여 식민주의와 분단체제에 의한 억압과 차별을 감내하면서 이를 극복할 비판과 저항의 형식을 창조해온 지식인들이다.

즉, 이들은 ‘자기 민족이 사는 공간’을 떠나야 했던 박탈과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자기 민족이 아닌 민족이 사는 공간’에서도 차별과 억압을 겪어야 했던, 민족과 민족의 사이-경계를 살아온 존재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소중한 것은 이런 사이-경계의 사유를 토대로 민족 내의 다수자의 체제와 이념의 차별적 폭력성을 집요하게 탐문하면서 그 허구성을 폭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민족 문제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 즉 민족 문제를 치열하게 사유하면서도, 민족주의와 탈민족주의, 국가주의와 탈국가주의의 이념적 대립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점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질문하고자 하였다.

김재호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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