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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사
기억·서사
  • 김재호
  • 승인 2024.03.28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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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 마리 지음 | 김병구 옮김 | 교유서가 | 174쪽

왜 사건의 기억은
이야기되고 전달되어야 하는가

타자가 경험한 ‘사건’의 기억을
나누어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다양한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억 항쟁의 한복판,
현재 ‘사건’의 기억을 나누어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건의 기억은 이야기되어야 하고 전달되어야만 한다.

‘기억’과 ‘이야기’의 본질,
트라우마와 스토리텔링의 본질에 대한
눈부신 통찰을 담은 최고의 안내서

이 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래하는 폭력적 사건의 기억 때문에 현재의 삶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를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집약하여 다루고 있다. 타자가 경험한 ‘사건’의 기억을 나누어 갖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한가.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저자는 소설, 영화, 르포르타주 등 다양한 장르의 서사 비평을 통해 찾아보는 한편, 과거의 사건을 사회 속에서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사건의 기억을 함께 나누어 가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논지는 과거 사건의 폭력성으로 인해 정신적 외상을 입고 ‘타자’의 삶을 사는 이들의 기억을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나누어 가져야 하고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자’가 겪은 폭력적 사건의 기억을 나누어 갖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로 저자는 폭력적 사건 자체를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와 타자를 부인하는 내셔널리즘, 폭력적 사건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표상하려는 리얼리즘적 욕망 등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양한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억의 항쟁 한복판에 있는 현재, ‘사건’의 기억을 어떻게 이해하고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 해법 모색을 시사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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