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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
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
  • 김재호
  • 승인 2024.03.28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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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이 지음 | 에코리브르 | 288쪽

패션 디자이너인 학자가 들려주는 옷 이야기와 패션의 문화사
“좌절로 가득한 시대에도 우리 마음속에는 언제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갈망이 살아 있다.”

우리는 평생 옷 속에 살며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안하고 나다운 옷,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옷, 지구를 생각하는 옷까지, 옷을 고를 때면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옷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패션에 정답은 없지만, 내가 입은 옷이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하면 삶이 좀더 풍요롭고 충만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옷 만들기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관련 전공을 택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된 지은이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 명품과 우리나라 유수의 여러 패션 기업부터,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그렇게 접한 패션 산업의 민낯과 가치관의 충돌, 파리 유학을 떠나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패션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기까지 보낸 고민과 배움의 시간을 패션의 역사와 함께 들려준다.

돌 사진 속 어머니가 떠주신 하얀 크로셰 망토와 모자를 쓰고 있던 지은이는 친구들과도 옷 입기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노는 아이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패션 기업에서 디자이너의 애환을 몸소 경험하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회의를 느끼는 동안에도 ‘언제나 무언가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계속되는 야근과 언제나 계절을 앞서 살며 유행을 선도해야 하는 고달픔, 외근 나간 공장에서 본 충격적인 패션 노동자들의 실태, 어미 배 속의 동물 새끼마저 꺼내 모피를 벗기고 옷을 만드는 인간의 탐욕 등 지은이는 갈등 끝에 현장을 떠나 유학길에 오르지만, 패션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는 못한다. 그리고 패션의 무게에 압도되지 않고 제 삶을 당당히 즐기는 파리의 멋쟁이들을 보고 느낀바, 늘 함께한 옷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한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묶기에 이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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