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엘버스커그 지음 | 김인성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80쪽
불교와 이슬람-거대한 두 전통의
만남과 충돌, 그리고 이해
많은 점에서 모든 종교는 동일하다
2001년 탈레반이 바미안 석불을 폭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석불을 사겠다는 제안도 했고, 구미 각국에서 석불 보존 운동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천 년 이상 보존되어 있던 거대한 석불이 순식간에 파괴되고 말았다. 세계 각국이 이슬람 권역의 저급한 문명 파괴 행위에 분노를 터트렸고, 다시 한 번 이슬람의 배타성과 그 문화의 무지몽매함이 성토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석불은 바로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무슬림 국가에서 천 년 이상 유지되어왔던 유물이라는 사실이다.
탈레반의 파괴가 있기 전까지 서방 국가들이 그 석불에 유별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동안 그곳의 무슬림들은 종교를 빌미로 불상을 파손하지도 않았고, 그 존립을 거래의 대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바미안 석불은 이런 점에서 무슬림과 불교도의 접촉의 역사를 증거하면서 동시에 우리 시대의 정치화된 문명 충돌 현장을 상징한다.
이 책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Buddhism and Islam on the Silk Road』(2010)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 요한 엘버스커그는 텍사스 SMU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로, 일찍부터 불교와 이슬람이라는 두 거대한 종교 전통의 만남에 주목하여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물을 발표해오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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