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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예산5% 달라” … 국가고시 지역인재 50% 선발요구
“정부예산5% 달라” … 국가고시 지역인재 50% 선발요구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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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5 15:23:56
편입학 학생들의 썰물이동, 교수연구비·국고보조금 수도권 편중지원 등으로 인해 이삼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총장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수도권을 제외한 7개 지역 총장 21명(상임대표 윤덕홍 대구대 총장)은 지난 4일 대구대에서 모임을 갖고 ‘지방대학육성을위한특별법(안)’을 확정,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총장들은 법안에서 지역인재 채용목표제, 지방대학육성특별회계 도입 등을 제안하고, 시행일로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법 적용을 요구했다.

지방대 총장들이 서울집중을 극복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요구한 골자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인재의 균형배분, 다른 하나는 지방대에 대한 재정지원이다. 이를 구체화한 방안이 우수인력 ‘채용목표제’와 ‘지방대학육성특별회계’. 채용목표제란 사법시험, 5급 이상의 공개경쟁시험, 기타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지방대 학생의 합격 비율을 법 시행 후 5년 이내에 50%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선발된 인원을 출신지역에서 5년간 복무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지방대학육성특별회계제도는 지방대 육성을 위한 재원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 일반회계 세출예산 총액의 5%에 해당하는 재원을 별도의 회계로 편성지원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인재 채용목표제·특별회계제도 제안

법안마련에 핵심 역할을 한 윤덕홍 대구대 총장은 “앞으로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굴뚝산업이 아니라 지식·문화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반인 지역인재들이 서울로 옮겨가고 돌아오지 않아 지역의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또 “지방의 인재 유출로 인해 지방에 투자될 돈이 서울로 흘러드는 규모가 연간 5조원 수준이다. 정부 세출예산의 5%를 지원해 달라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핵심사항 외에 총장들은 지방대 육성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법안에 담았다. △지방대 교수들의 정부정책 참여기회 확대 △지방자치단체의 대학지원 근거 마련 △기업의 지방대 출신 채용 권장 △지방대 학생 특별장학금 지급 △각종 연구비 및 교수해외파견 사업시 지방교수 혜택 부여 등이 그것이다. 특히 정부기관의 자문 및 연구위원을 위촉할 때 지방 교수를 30%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법안마련 과정에서 총장들이 가장 많이 고민한 내용은 채용목표제. 이는 그간 일부에서 주장해온 인재지역할당제와는 조금 그 의미가 다르다. 오재일 전남대 교수(행정학과)는 “지역할당제는 공직담당기회를 능력이 아닌 출신지역만 고려하고,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삼아 위헌의 가능성과 역차별적 요소가 없지 않다”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신축적·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채용목표제”라고 설명했다. 강제하기보다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총장들의 이번 제안은 그간의 숱한 전시성 계획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위기의 총론에는 공감하면서 뾰족한 실천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 그간의 논의였다면, 이번 법안은 구체적인 지방의 ‘요구’를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법안을 총장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지방대육성대책을 확정한 교육부는 ‘만들겠다’는 방침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이렇다할 구체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총장들이 직접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이 커 보인다. 교육부만 바라보며 세월을 보내기보다 직접 법안을 만들어 국회를 상대로 입법활동을 벌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총장들은 마련된 법안을 국감이 마무리되는대로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달말까지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이고,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총장들은 이 달 중으로 지역협의회별로 특별법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며, 전문대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지역 전문대학장들과의 간담회도 계획하고 있다. 10월 초에는 법안 제정과 관련해 국회에서 대규모 심포지엄을 열어 여론을 모아간다는 복안이다.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논란 예상돼

한편, 이번 법안에 대해 교육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구체안을 만들고 있는 과정에 총장들이 나선 것이 못내 불쾌한 표정.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통보받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

총장들이 독자적으로 법안을 만들어 입법활동을 벌이는 것을 두고 교육부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용적으로 보면 상당히 무리한 요구까지 포함돼 실현가능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가 덧붙인 설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번 법안은 논란의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방대에 대한 막대한 재정지원은 수도권 대학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특히 ‘채용목표제’는 총장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인재의 역차별 가능성이 여전히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지방대 총장들의 뜻을 모아 만든 ‘지방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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