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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함께하는’ 교통연구실
[나의 연구실]‘함께하는’ 교통연구실
  • 교수신문
  • 승인 2007.07.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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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 교수와 제자들이 일본 도호쿠대에서 찍은 사진. 좌측부터 박병호(충북대 교수), 심경태(대학원 졸업), 유두선(석사과정), 김태영(박사과정), 김윤환(박사과정), 임민희(석사과정), 박정순(박사과정 수료).

청주진입로의 가로수길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날, 청주를 처음 방문하여 지원서를 제출한 것이 인연이 되어 여기에 머무르게 된 지 벌써 17년이 지났다. 가르침이란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나의 교수생활 초년, 그저 정열이란 두 글자로 보냈다. 나의 지도교수인 T.A. Reiner가 했던 “박사학위를 받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에 해악을 끼치게 된다”는 말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제자들과 함께 생활해왔다.
충북대에 부임하던 시절 나에겐 하나의 작은 꿈이 있었다. 국책연구소의 실장이라는 직책에 잦은 원내·외 회의, 무리한 회식, 새벽 귀가 등에 지쳐있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무언가 보람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작지만 알찬 연구실을 갖고 싶었다. 부임할 때는 초라한 모습의 연구실이었지만 이제는 기자재와 프로그램, 실험장비, 연구공간 등 제법 나름대로 규모를 갖춘 연구실로 변모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리모델링한 연구실은 활력 넘치는 연구생들로 가득 차 함께 공부하고 있어 뿌듯하다.
나는 교통계획 및 공학실험실(공식명칭)보다는 교통연구실이라는 명칭을 더 좋아한다. 내 상상 속에 실험실은 ‘하얀 색의 복장에 화학반응을 기다리는 연구원들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러한 상상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과 교통이라는 전공이 어우러져서 나는 ‘연구실’이라는 용어에 더 친근감이 있다. 밤늦게 책상과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고 난 후 기지개를 한껏 켜는 그 모습을 좋아한다. 풀리지 않던
고약한 문제에 머리 아프던 일이 해결된 후 느끼는 나른함을 나는 연구실의 제자들과 함께 즐긴다.
매년 방학이면 1주일에 2회 이상 대학원생을 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서적 혹은 연구테마를 위주로 강의와 토론을 겸하고 있다. 가능한 자료도 철저하게 준비하여 발표하게
하지만, 주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부족한 점이 항상 아쉽다. 대학원생의 학비 보조와 연구실 살림을 위해 별 의미 없다고 생각되는 용역을 할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구나 연구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신문지상에 오를 때면 “꼭 그래야 하나”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마음 터놓고 제자들과 이런 문제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모두가 함께하는 연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많지 않은 세월 동안 수많은 제자들이 나의 연구실과 함께 했다. 교통연구실에서 배출한 5인의 교통기술사, 4인의 교통학 박사, 15인의 교통직 공무원 등 묵묵히 자기업무에 매진하는 제자들을 보면 국책연구소에서 느끼지 못한 뿌듯함을 간직하게 된다.
대학 연구실은 일반 연구실과 다른 점이 있다. 일반 연구실에서는 동료의식과 직업의식이 강하다면 대학 연구실에는 선생과 제자, 선후배 그리고 학우 사이에 끈끈한 정이 있다는 점이다. 학교 연구실이 나의 집의 일부로 느껴지는 것도 내가 사랑하는 연구실이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마음으로 지난 실적에 자만하지 않고 우리 모두 열심히 가꾸어 가면 세계 속의 연구실이 될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연구·발표하였던 수많은 프로젝트가 작지만 의미가 있지 않을까?

박병호 / 충북대·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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