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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특권층 특혜 허용 고민해야
부유층·특권층 특혜 허용 고민해야
  • 교수신문
  • 승인 2007.07.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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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세계고등교육 산책] ⑥ 미국 명문대 신입생 선발제도의 시사점

신입생 선발정책이 지속적으로 사회의 핫이슈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정책이면서도 어느 한 집단이 완전히 승리한 것이 아니라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전쟁론’의 관점에서 보면 신입생 선발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사회 상층부가 승리하여 갈등이 종료된 상황보다는 희망적인 상황이다.

업적주의(meritocracy)라는 말을 만들었던 마이클 영(Michael Young)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에 진행되고 있는 갈등은 업적(merit)을 무엇이라고 규정할 것인가, 즉 신입생선발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집단 간의 힘겨루기이다.
미국도 최근 들어 신입생 선발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져가고 있다. 미국 명문대의 신입생선발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에게 바람직해 보이는 선발권의 제약 방식과 범위, 선발 기준과 기준 결정 방법, 선발절차, 선발의 실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신입생 선발’ 정부관여는 당연
첫째, 대학신입생 선발기준에 관하여 정부가 관여하는 것에 대해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선발 기준이 갖는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와 사회일반인이 관여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고 세금을 비롯하여 여타의 지원 범위에서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범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선발기준과 절차의 큰 골격에 합의를 이루어내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다만 그 관여 정도와 방식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대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립대에 대해서는 그 결정을 준수하며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대학으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지원을 거부하고 특정집단이 사유하는 사유대학으로 선회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자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선발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정책결정 주도권을 가진 집단이 자기계층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선발기준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 미국의 역사이기도 하고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5.31 교육개혁을 통해 선발 전형요소 다양화, 수시모집 제도 등을 도입한 결과 미국처럼 고소득층과 전문직종사자 자녀의 명문대 합격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그 예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명문대와 인기학과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목표에 맞게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
만일 우리사회의 미래지도자와 전문인 육성을 목표로 한다면 선발 기준을 정할 때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지도자가 육성되도록 학업 능력과 함께 희생과 봉사 정신,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신입생 계층 다양화 등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 명문대학의 경우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이 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대학의 이익에 부합하는 학생을 자유롭게 뽑아왔다.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도입 효과를 어느 정도 보려면 선발 결정과정과 결과를 공개하게 함으로써 사정관들을 대학본부나 특정집단 등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물론 어느 단체가 주장하듯이 공개하게 할 경우에 이들이 자유롭게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공개를 했을 때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따지면 공개시 얻는 것이 훨씬 크다.

선발결과와 정책 공개해야
넷째, 선발의 실제에 대한 결과 공개이다. 부모의 직업배경별, 소득계층별, 출신지역별 분포를 상세하게 공개함으로써 선발결과와 선발정책이 의도하는 바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를 분석하여 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투여하는 노력을 할 때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 중의 하나는 미국 명문대학이 부유층과 특권층을 포함한 상층에게 주고 있는 특혜를 허용할 지의 여부이다.
미국 명문대학은 미국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상층을 받아들여 부를 축적하면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였다. 지능의 자연적인 수렴현상 때문에 뛰어난 사람의 자녀는 부모보다 능력이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업적주의 사회에서 업적을 토대로 부와 지위를 차지한 이들이 자녀나 손자의 능력과 관계없이 더 나은 교육을 시켜 지위를 세습시키고자 하는 억제하기 어려운 욕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오늘의 가장 큰 과제이다. 세계화 시대에 이들이 지금처럼 해외 유학을 통해 욕구를 분출하도록 할 계획이라면 그로 인해 그들과 우리 사회가 잃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얻는 부분이 커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업적을 기준으로 하여 사회 계층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상층부를 먼저 차지한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녀가 상층부에 진입하도록 하기 위해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최소한 사다리의 위를 먼저 차지한 사람들이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손가락을 짓밟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 마련은 필요하다.
나는 경쟁과열로 인한 우리 사회의 파국을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행복교육론’을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교육에 투여되는 재원은 “경제적 수익률에 따라서만이 아니라 국민의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서도 배분되어야 한다는 롤스(Lawls)의 주장을 되새기고, 마이클 영이 죽기 3개월 전에 남긴 유언 ‘업적주의 타도’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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