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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증가 … ‘연구 보장’ 등 처우 개선 필요
IMF 이후 증가 … ‘연구 보장’ 등 처우 개선 필요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10.0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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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2만명 시대] ①_ 국내 연구원 현황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구원이 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교수되기가 힘들어서’, ‘교수로 이직하기 전 경력을 쌓기 위해’ 등 이유도 다양하다. 특정 연구소는 안정적인 근무환경에 급여가 많아 많은 이들이 선호한다.  연구원은 늘었지만 대부분의 연구소 현실은 아직 열악하다. 이공계 연구소와 인문·사회 연구소는 수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를 대표할만한 연구소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글싣는 차례: 국내 연구원 현황 ②대학 연구소의 고민 ③기로에 선 국책연구소 ④ 세계 유수연구소의 오늘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구원으로 진로를 정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연구원(박사학위를 소지한 전임연구원 기준) 규모는 이미 2만명을 넘어섰다.
박사인력의 최대 활용처는 단연 대학 교수직이다.  교수직에 대한 선망과 동경은 학위를 마친 신진 연구자들일수록 더 크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고도 ‘전임 교수’로 임용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희망은 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갈수록 늘어‘수급 불일치’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작성한 ‘석박사 인력 양성·활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2006)에 따르면 대학 전임교원은 지난 2000년 4만2천200여명에서 2005년 5만2천800여명으로 1만명 가량 증가했지만, 활용비율은 46.7%에서 38%로 8.7%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민간·공공 연구기관의 박사인력 활용비율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들은 2000년 1만1천600여명에서 2005년 현재 2만여명으로 8천400여명 증가했다.  대학 연구소에 근무하는 전임연구원 1만9천100여명(한국학술진흥재단)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원 수는 3만명에 육박한다.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원 증가 현상에 대해 “IMF 당시 연구기관에서 정원을 조정했지만,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시 연구원을 증원해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구원 모집에 어려움 겪는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기관에 절반씩 분포해 있다. 2005년 3월 현재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42개다.
민간 연구기관은 기업부설 연구소가 대부분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연구개발 관련 기업부설연구소는 1만4천여개에 이른다. 인문사회부문 기업부설 연구소는 경제 및 경영부분에 치우쳐 있다. 

대학 연구소의 경우 전임연구원을 갖추고 활발히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마다 비전임 연구원을 모집하는 곳도 있다. 석사 연구원도 상당수다.
2007년 현재 대학 연구소(4년제 기준)는 2천705개다(한국학술진흥재단). 전임연구원 수가 1만9천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문·사회, 자연과학 분야를 통틀어 한 연구소당 전임연구원 7명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 중 69개 연구소가 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돼 연구인력 등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현황조사 결과 상근 연구원이 있는 연구소와 그렇지 않은 곳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원 수는 늘었지만 속사정은 국·공립 연구기관이나 민간 연구소, 대학 연구소가 저마다 다르다.
일부 국책 연구소는 연구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연구 예산이 한정돼 있고 일반 사기업 연구소나 대학 연구소보다 보수가 적어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책 연구기관의 특성상 자유로운 연구를 못 하고 업무도 많은 편이다. 과거엔 KDI가 한국의 싱크탱크로서 다른 분야로 진출할 기회가 많았지만 요즘은 (연구원  채용이) 점점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 민간 연구소 연구원은 “급여가 높고 안정적인 곳으로 가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직업안정성면에서도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소는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진미석 선임연구위원은 “국책 연구소는 현재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영역이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이동하면서 국책 연구소의 입장이 애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간 연구소, 규모·여건 극과 극
반대 의견도 있다. 이공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책 연구소의 연구 환경이 더 좋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 연구소에서 국책 연구소로 많이 온다”고 강조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국·공립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기관의 차이점으로 ‘연구 방식’을 꼽았다. 국가 연구소는 기초지향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연구기간이 긴 반면 민간 연구소는 짧은 시간에 성과물을 내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간 연구소는 2명의 연구원이 일하는 곳에서부터 대기업 연구소까지 큰 격차를 보인다. 9천800여명의 연구인력 가운데 9천명이 이공계 기업부설 연구소, 기업체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있다(과학기술평가원, ‘과학기술연구개발활동’ 조사).
인문사회부문 기업부설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은 200여명으로 규모가 작다. 현재 기업부설 경제경영연구소에 100여명, 금융연구원, 보험개발원, 세종연구소, 중소기업 연구원 등에서 190여명이 재직 중이다.
연구소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기업부설연구소 1만4천여개 중 2~5명의 연구원이 근무하는 곳이 7천500여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301인 이상의 대형 연구소도 59곳에 이른다(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협회 관계자는 “인원과 공간 등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면 연구소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연구소 종류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원이 대학 교수로 이직하는 일은 여전히 빈번하다. 한 국책 연구소는 한해 평균 10명 안팎의 연구원이 교수로 채용돼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큰 민간 연구소에서도 일년에 3~4명의 연구원이 연구소를 떠난다.
연구원 이탈을 막기 위해 ‘매력적인’ 연구소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국내 연구소가 갖춰야할 조건과 관련, 이공래 책임연구원은 “대학과 비슷한 외적 조건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정년보장과 연금, 자유로운 연구를 보장하는 등 대학과 경쟁할만한 연구소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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