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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글쓰기를 통한 지적 훈련 중점
[나의 강의시간] 글쓰기를 통한 지적 훈련 중점
  • 이욱연 / 서강대·중국문화
  • 승인 2008.04.2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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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대중국’이란 수업은 서강대에 부임한 2002년부터 매년 개설해 오고 있는데, 이 수업의 목표를 세 가지로 잡고 강의한다. 첫째는, 중국 영화를 분석할 때 영화 텍스트 자체보다는 중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분석하는 지적 훈련을 하는 것, 둘째는, 현대 중국의 인문적 쟁점을 영화를 통해 이해하는 것, 셋째는 영화 분석을 통해 글쓰기 훈련을 하는 것이다.


첫째 목표를 설정한 것은 중국 영화 작품을 해석할 때 단순히 텍스트 내적 구조에만 치중해서는 중국 영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가운데 중국 영화 작품을 보다 깊이, 보다 잘 읽어내는 비평적 수련의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다. 둘째 목표는 영화를 도구로 삼는 중국역사 수업이나 영화 자체에 집중하는 중국영화 수업과 구별되는 이 수업의 개성을 찾기 위한 모색이다. 이를 위해 현대 중국의 인문학적 쟁점을 도출하고 그 쟁점을 이해하는 데 적절한 영화를 다룬다. 영화의 작품성이나 중국 영화사 차원에서 중요한 작품이라도 이 수업의 목적에 맞지 않은 작품은 제외시킨다.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갖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중국영화 자체에 대한 수업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다. 셋째 목표는 대부분의 학습 시간을 영어와 중국어 공부하느라 보내며 사고력 훈련을 할 기회가 적은 학생들에게 창조적 사고력을 연마하는 글쓰기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이다. 

강의는 퀴즈와 학생들의 조별 발표, 토론, 그리고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한 교수의 보충 강의 순서로 진행된다. 매주 1개의 테마씩 보통 한 학기에 14~15개의 테마를 소화한다. 예를 들어, 영화 ‘황비홍’을 통해 중국 ‘근대 민족주의의 탄생과 중국과 서구의 상호인식’을 살피고, 영화 ‘햇빛 쏟아지는 날들’과 ‘부용진’, ‘패왕별희’ 등을 통해 ‘문혁 기억의 정치성과 역사성’을 검토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각자 영화를 보고 와야 한다. 수업 시간에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매주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퀴즈로 영화 관람 여부를 점검하여 성적에 반영한다. 발표는 개인 발표가 아니라 조별 발표다. 해당 영화에 대해 3~4명씩 조를 편성하여 발표한다. 개인별 노력과 무관하게 조별로 같은 성적을 부여하는데다 조별 모임을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요구가 프로젝트 베이스, 팀 베이스로 가는 추세에 이런 훈련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계속하고 있다. 조별발표를 할 때는 영화를 보는 자신들의 관점을 돌출시킬 것을 주로 요구하고, 이 점에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 75분 강의의 첫 번째 시간은 주로 조별 발표와 질의, 응답, 토론으로 이루어지는데, 토론은 학생들을 지명하여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한다. 지명해서 토론을 유도하면 수업 내내 학생들이 긴장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학생들이 흥미를 갖되 해당 작품과 주제에 밀착된 질문을 준비하는 일이 무척 힘들다. 두 번째 시간은 해당 주제와 관련한 참고문헌을 같이 읽기도 하고, 보충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 수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글쓰기 훈련이다. 학생들은 대개 2주에 한 번씩 리포트를 제출하고, 기말에는 한 학기 배운 것을 결산하는 리포트를 제출한다. 학기 중에 내는 리포트는 영화 속편 쓰기, 기존 평론에 대해 메타 비평하기, 개별 작품 분석 등 형식이 다양하다. 2주에 한 번씩 페이퍼를 쓰는 학생들도 힘들지만 그 리포트들을 읽고 교정해 돌려주는 교수에게도 큰 짐이어서, 불가피하게 수강생이 30명 내외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강의를 할수록 절감하는 것은 무엇을 가르칠지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지만 어떻게 가르칠지, 그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도 힘들다는 것이다. 7년째 이 과목을 강의하면서 나름대로 개선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최선의 답을 찾은 것 같지 않아 찜찜하고 힘들다. 하지만 힘들어도 종강파티 때 뿌듯해 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는 맛에, 수강한 학생들이 좋은 강의라고 기꺼이 친구와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는 통에 이 강의는 내 삶의 활력이다.   

이욱연 / 서강대·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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