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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각양각색 … 결론은 국가의 ‘보이는 손’ 역할 강조
진단은 각양각색 … 결론은 국가의 ‘보이는 손’ 역할 강조
  • 양은미 브라질통신원
  • 승인 2008.12.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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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학술동향] 브라질_ 세계 금융위기와 2009년 라틴 아메리카의 나아갈 길

2008년에도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학술대회들이 개최되었다. 그 중 각각 11월과 12월에 열린 상파울루와 꾸리찌바에서 열린 두 학술대회는 미국을 비롯,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경제 위기에의 대처 자세를 다루고 있는 국제 규모의 행사라는 데서 주목할 만 하다.

파라나 주 정부가 주최한 5일 간의 ‘위기: 방향과 진실’ 학술 대회는 브라질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영국, 독일, 중국,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멕시코, 러시아, 에쿠아도르, 미국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대학교수로 구성된 약 1,500명의 참석자를 동원하였다. 세계 부국들의 침체에 따른 금융시장 붕괴가 어떻게 브라질 경제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세미나에 참석한 여러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은 각양각색인 데 반해,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국가가 '보이는 손'의 역할을 하고 공공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브라질 발표자 중 경제학자 4명의 분석은 각기 구별되는 근거로 이 같은 동일한 정책 시행을 주장한다.

우선 응용경제연구소(Instituto de Pesquisa Economica Aplicada - Ipea) 소속 경제학자 쥬엉 식수(Joao Sicsu)는 최근 브라질 경제의 성장과 공공적자의 GDP의 1% 미만으로의 감소는 그간 잘 통제된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분석했다. 리오 데 자네이루 대학교(UFRJ) 경제학 교수 헤이나우두 곤살베스(Reinaldo Goncalves)는 곤살베스 교수가 볼 때 브라질 정부는 현재 진행되는 자본 흐름 감소와 대외 적자 등에의 위기 직면 역량이 명백히 부족하다고 분석, 현 브라질의 상황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대안으로는 은행 통제 강화, 이자율 감소, 환율 통제, 공공지출 및 사회정책 확대 등을 제안, 국가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쥬엉 식수 교수와 의견을 같이했다.

Ipea 소장 마르시우 뽀쉬만(Marcio Pochmann)은 국내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정책 시행과 경제위기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한 조세를 조정 및 이자율 감소를 제안했다. 깜삐나스 주립대학(Unicamp) 교수 윌송 까누(Wilson Cano)는 내부적으로는 생산과 고용의 침체를 염려하면서 사회사업 투자 증대로 이를 최소화해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소비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지급균형 악화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마련, 국내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세미나에는 경제학자 출신의 상파울루 주지사 조제 세하(Jose Serra)도 자리해 세계 경제 위기에 맞서 브라질 역시 단기적으로 신속한 대책 마련과 실행으로 사회 내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파울루에서 Catedra Memorial da America Latina가 ‘교역과 발전’이라는 큰 테마를 가지고 조직한 ‘라틴아메리카와 2009년 도전 과제들에 맞선 전망과 계획’ 학술대회는 11월 10일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 지역 차원에서의 위기 대처 방안을 다루는 강연 및 토론회로 막을 내렸다. 지리적으로뿐만 아니라 학술 분야에서부터 경제, 사회 및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라틴 아메리카 지역 문제를 연구하는 라틴 아메리카 기념관(Memorial da America Latina) 소속의 학술기관이 이번 학술대회를 주최함으로써, 현안의 지역(라틴 아메리카) 차원 검토와 향후 협력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세르빈 교수의 발표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과 현재의 금융위기라는 두 사건을 축으로, 국제적 맥락에서 라틴 아메리카에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경향에 대한 분석, 전망으로 이루어졌다. 그에 따르면, 오바마는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국내정책에서나 대외정책에서 오바마가 선거공약대로 구조적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는 것이 첫 번째이고, 오바마가 작은 변화들을 실행하되 기존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두 번째 가능성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간에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경제 위기에 관해서는, 라틴 아메리카 역시 이번 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발언하고 억지스런 가능성을 지어내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사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도 여럿 전망한 것처럼, 세르빈 역시 이번 위기가 전지역, 전부문에 미칠 파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 지역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덧붙인 점은 이는 미국에 대해서는 기대하기 힘든 결과라는 것으로, "이미 사람들은 post-USA, 즉 다극화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 말한다. 내 의견으로는, 이는 상당 부문 국가 및 비 국가 차원 주체들 간의 명확한 의사 표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미파 유럽연합에 비견되는 남미국가연합(Unasul, 회원국 12개국)은 국가들 간의 선한 의도로 모인 하나의 모임 내지는 회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그 이유로 미주기구와 같은 고유의 운영 메커니즘 부재를 들었다.

세르빈이 제안하는 남아메리카 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석유와 탄화수소 연료를 외교 무기로 사용하는 베네수엘라식 국가주도 이데올로기적 모델과, 좀 더 다변화된 산업을 무대로 한 교역 중심의 브라질식 모델이 그것이다. 지역통합모델과 거기서 누가 주축이 되느냐에 대한 이견은 있겠지만, 세르빈이 결론지은 바와 같이, "라틴 아메리카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은 진보(advance)"라는 데 주목한다면 지역 내 효과적 의견 일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글로벌 경제 원칙을 생각할 때 현 세계 경제 위기는 브라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브라질 사회의 모든 분야, 모든 사람이 이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위기'란 단어가 현 브라질 상황을 실제보다 심각하게 정의함으로써 미디어에서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있다.

위의 두 학술대회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위기를 과장하지는 않되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 역시 이 위기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논의를 전개했다는 것, 둘째, 국내 및 대외 정책 실행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양은미 브라질통신원 상파울루대 교육대학원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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