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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관절, 뼈, 근육, 신경이 빚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조화
[걷고] 관절, 뼈, 근육, 신경이 빚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조화
  • 교수신문
  • 승인 2008.12.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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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 두 다리로 새해 여는 교수들

걷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 제2회 일본 이이다시에서 개최된 걷기대회에 참가하고 부터이다. 대자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구나!”라는 강한 메시지를 얻었다. “대자연은 종합병원이요, 당신의 두 다리가 의사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당시 외국저널, 논문을 수없이 접하며 연구하던 나는 1990년대 초 『운동검사와 처방』이란 책을 탈고 하면서 걷기가 현대인의 생활습관병 예방과 치료에 큰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국민건강 라이프스타일 운동에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됐다.

 
이후 일본과 네덜란드 등으로 달려가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걷기대회와 걷기에 대한 학술대회에 참석하면서 걷기를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정부의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우리나라에 걷기대회를 유치할 것을 제안했을 때 여기저기서 “걷기가 무슨 대회냐, 보리밭이나 밟으면 되지”라는 비난의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걷기는 건강을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인식이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가 얼마나 부지런히 걸어 다니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생명곡선은 얼마든지 그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 원래 운동은 잘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오히려 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걷기에 대한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걷는 습관, 걸음 수를 늘리는 습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걷기대회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1996년 한국국제걷기대회조직위원회가 탄생하고 1998년 한국걷기과학학회가 탄생했으며 2006년 한국국제걷기대회조직위원회가 재단법인 대한걷기연맹(KWF)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돼 한국에 걷기운동과 걷기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말이면 IML(국제걷기연맹)이 공인하는 국제걷기대회가 강원도 원주시에서 이틀 동안 열린다. 올해만 해도 20여개국에서 3만6천여명이 참가했다. 
걷는 것은 몸 전체를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이 과정이 진행되려면 관절, 뼈, 근육, 신경 등이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이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 이 중 한 부위라도 이상이 생기면 정상적으로 걷기가 불가능해 진다.

나는 1997년 이전에는 짧은 거리를 빠르게 걷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후 장거리 걷기에 매력을 갖게 됐다. 1998년에 부산에서 원주까지 420Km, 1999년도에 해남 땅끝 마을에서 원주까지 550Km, 2000년 강원도 한바퀴 570Km 등을 돌았다. 원주에서 강릉을 거쳐 울진까지, 원주에서 대구를 거쳐 영천까지, 목포에서 부산까지 등 국내 뿐 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수없이 걸어 다녔다. 며칠전 남양주시청에서 걷기강연회를 초빙 받아 원주에서 남양주시청까지 110Km를 걸어 올라갔다. 걸어 올라간 직후에 강연을 하니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어떠했겠는가.

원주에서 서울, 서울에서 원주를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온 것만 수십여 회. 2년전 일본 이세신궁걷기 대회 125km, 지난해 7월15일~19일 제92회 네덜란드 국제걷기대회에 매일 40Km를 4일간 걸어 160km를 완보했다. 학교에서 안식년을 맞이해 IML(국제걷기연맹)대회에 참가해 완보한 것만 해도 13개국에 이른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다 밝히기란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올해 나의 걷기 계획 일정은 일찌감치 짜여져 있다. 이달 중순~ 2월 중순까지 1개월간 ‘강원도 산소길 탐사’를 위해 1천Km를 영하의 강추위 속에 걷는다. 그리고 8월6일~15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세계평화걷기대행진에 참가해 570km를 평균 30~35도의 고열에서 매일 50~60km를 걸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한다. 왜 그렇게 걷느냐고,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 걸으면 어떤 효과가 있느냐 등. 그럴 때마다 나는 “걷기는 원초적인 것과의 접촉이며 대자연과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걷기는 자신을 대자연과 비교하는 한 방법이다. 인생의 축소판이다. 걷기는 나에게 학교가 됐으며 걸을 때 나는 기쁨에 넘쳤고 인간의 정념을 읽었고 인간의 영혼의 깊이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걷기는 나에게 있어 기도이며 참선이다.

걷기는 내가 겉치레 없이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해줬다. 걸으면서 나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로늘 강단에 서야하는 나로서는 걸으면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할 말을 만들어 냈다. 이렇듯 걷지 않으면 내 생각도 멈추는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걸을 것이다.

누구든 워커가 되고 싶으면 바르게 걷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걷는 사람의 발소리는 언제나 조용하고 태연하며 겉치레가 없어야 한다. 가장 자연스럽게 걷기 동작이 표출돼야 하는 것이다. 진정 걷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엇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걸음수를 늘려라, 조건 없이 걸어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걷기는 병원이 되고 의사가 되며 학교가 되고 스승이 된다. 걷기는 최고의 테이트 파트너가 될 것이며 생활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강옥 상지대·체육학부

필자는 현재 한국걷기과학학회 회장, 재단법인 대한걷기연맹 이사장을 맡으면서 ‘걷기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필자에게 걷기는 일상생활이자 훌륭한 연구수단이다. 저서로『뛰지말고 걸어라』, 『웰빙걷기』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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