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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온몸을 떨게 하는 마력 … 走者 돌보며 ‘달리는 의사’
[달리고] 온몸을 떨게 하는 마력 … 走者 돌보며 ‘달리는 의사’
  • 안영수 연세대 약리학교실
  • 승인 2008.12.3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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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 두 다리로 새해 여는 교수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역사상 최고의 달리기 꾼이라고 하는 체코의 에밀 자토백이 한 말이다.
사람은 동물이기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달렸고, 그래서 달리기는 일종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하고 편리한 기구를 사용하면서 사람들은 달리지 않고, 잘 걷지도 않아서 생활습관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운동 중에 가장 쉽고, 심폐기능을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항진시켜주는 가장 좋은 운동인 달리기로 건강을 유지하기를 권한다. 원래 나의 주 종목은 속보 산행이었다. 7명의 멤버가 종주 산행을 즐기다가 산악 마라톤을 한 것은 1997~1998년이었다.

산위에서의 달리기가 관절에 많은 부담이 돼 산에서는 걷고, 평지에서 뛰기로 하고 우리 7인의 멤버가 마라톤을 하기로 한 것이 1998년 겨울이었고, 그 이듬해 3월 서울마라톤에서 우리 멤버 모두 성공적으로 완주를 했다. 처음 시작이 무슨 거창한 도전이라든지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엉겁결에 시작하게 됐었는데 달리기를 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졌다. 어느덧 10년을 넘어서면서 풀코스를 53번, 울트라 마라톤도 3번 완주한 베테랑(?)이 됐다.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주자는 여유있게 골인하지만 5시간이 넘어 들어오는 주자들의 골인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애처롭다.

그 이유는 4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주자는 평소에 많은 훈련으로‘달리기 근육’이 잘 적응하고 있는데 반해 5시간대 주자는 그렇지 못해 42.195km 내내 거리와 시간의 처절한 투쟁을 하면서 이른바 정신력이라는 것으로 버텨내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이렇듯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정확하게 받는 운동이다.
일요일에 종주 등산을 하고 나면 컨디션이 아주 좋아짐을 느끼게 되고, 이 기분은 2~3일 유지된다. 즉 등산 후 수요일 경부터 주말까지는 컨디션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등산을 한번 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는 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비해 달리기는 매일 적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1주일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이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면 벅찬 성취감을 느낀다. 이 성취감은 그 무엇을 하고 얻은 성취감보다 더 큰 희열로 몸을 떨게 하는 마력이 있다.
아마도 이 성취감과 희열이 나를 계속 마라톤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우리가 마라톤을 시작한 2년 후 전국적으로 달리기 열풍이 불고 마라톤 대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주자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에 몇 사람의 제언으로 2000년 말에 마라톤을 하는 의사들의 전국적인 모임으로 ‘달리는 의사들’이 결성됐고, 주자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 시작됐다. ‘달리는 의사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활동은‘레이스 패트롤(주자의 응급상황을 대비해 함께 달리는 주치의)’을 통한 마라톤 주로에서의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봉사활동이었다.
‘달리는 의사들’은 2005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소아암환우들의 투병의지를 돕기 위한 ‘자선 건강달리기 대회’를 개최한 이후 매년 어린이날에 건강달리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라는 기조 아래 올해에도 어린이날‘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가 개최되므로 많은 교수님들이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01년 세브란스마라톤동우회를 창립하면서 아내에게도 달리기를 권유하고, 직접 훈련을 도와주고 페이스메이커로 함께 달리면서 10km부터 하프, 32km를 거쳐 풀코스를 4번 완주했다. 결국 마라톤은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두 딸애가 달리기에 관심을 보이기에 집에 있는 러닝머신을 이용하게 했다. 2002년 겨울방학 때, 우리 가족은 거제도로 가족여행을 갔고, 거기에서 제1회 거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나는 풀코스를 뛰고 두 딸은 엄마가 페이스메이커로 함께 뛰며 10km를 완주했다.
요즈음도 두 딸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며, 이것 또한 미래를 위한 소중한 투자가 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운동은 약과 같다. 잘하면 보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독이 된다. 달리기를 쉽게 생각하고 덤비다가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종종 본다.
부상 없는 즐거운 달리기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삶의 활기를 찾길 기대한다. 특히 부부가 함께 달리기를 하면 다정한 부부, 건강한 가족, 그리고 행복한 가정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부부마라톤을 권장하고 싶다.
새해에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달리기를 즐겨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안영수 연세대 약리학교실

필자는 2005~2006년 세브란스 국민건강 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을 지냈고, 2004년부터‘달리는 의사들’고문을 맡고 있다. 현재 세브란스마라톤 동호회 회장, 연세대 의료원 대외의료협력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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