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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생들 모두 어디로 가고 잡초만…
교수·학생들 모두 어디로 가고 잡초만…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5.2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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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아시아대 ‘강제해산명령’, 그 뒤

2009년 2월, 폐교된 아시아대 교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시아대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감사에서 비리 운영이 적발돼 지난 2월 문을 닫았다. 아시아대는 2003년 설립 당시 허위 재산출연증서를 제출해 인가를 받았고 이후 이사회를 한 번도 열지 않는 등 설립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운영 과정에서도 교수 48명으로부터 46억4천만원, 직원 22명으로부터 10억6천5백만원을 수수하는 등 각종 불법·비리가 불거졌다.


피해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교수와 직원은 일터를 잃고 학생들은 강의실을 잃었다. 당시 2~4학년 학생 170여명은 인근 대학에 편입학하는 등 뿔뿔이 흩어졌다. 교과부는 경북대에 학적부 보관과 발급 대행을 맡기고 인근 대학에 편입학 협조를 요청했다. 폐교된 2월부터 그해 5월까지 41명이 경운대 등 6개 학교에 편입한 한 것으로 교과부는 파악하고 있다. 

반면 학교에 남아있던 교수 50여명은 자동 퇴직됐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교수 대부분은 실직상태에 빠졌다. 설립 이듬해부터 급여가 나오지 않고 수업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폐교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이 아무개 교수는 “자살한 사람이 안 나온 게 다행”이라면서 “폐교로 가정이 파괴되고 지병을 얻어 투병중인 동료교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시간강사로 강단을 떠돌거나 개인 사업을 시작한 교수도 있다. <교수신문>이 접촉한 교수들 대부분 “언급하는 자체가 고통스럽다”, “잊고 싶은 과거”라면서 언급 자체를 꺼렸다. 아시아대에 근무했다는 경력이 앞으로 다른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대에 근무했던 교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다른 대학으로 이직한 경우는 ㅊ 교수가 유일하다. ㅊ 교수는 2003년 아시아대에 임용됐다 2005년 ㅅ대로 옮겼다. “재단운영이 불투명하고 신뢰성이 없어 빨리 나가야겠다”고 판단한 그는 아시아대를 떠났다.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이직한 경우로 폐교 이후에 다른 대학으로 옮긴 교수는 없다.

폐교로 실직한 교수들이 새 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리로 문을 닫은 대학에 몸담았던 교수를 받아주는 대학은 없었다. 아시아대에 근무했던 경력은 임용과정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원서에 아시아대 재직 경력을 지워도 면접에서 결국 드러났다. 이 아무개 교수는 “총장 면접에서 아시아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고 소신 있게 답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채용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도덕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그는 “아시아대 교수들은 돈 주고 교수됐다는 인식이 커져 그렇지 않은 교수도 도매급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아시아대는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산된 학교법인에 대한 청산절차는 민법에 따라 이뤄진다. 교수들이 이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밀린 급여를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뿐이다. 현재 일부 교수들이 청산된 법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로 폐교된 대학 1호는 광주예술대학이다. 광주예술대는 이홍하 이사장의 등록금 유용 등으로 학내 분규가 들끓자 1998년 교육부로 폐쇄계고를 받고, 2000년 문을 닫았다. 당시 광주예술대 임시이사진은 학생들을 편입이나 위탁 형식으로 다른 대학에 보내고, 2월말 임용기한이 끝난 교수 28명은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재학생 45명은 전주대(22명), 호남대(9명) 등으로 편입하도록 했다.

광주예술대는 청산 과정에서도 뒷말이 많았다. 잔여 재산이 이홍하씨가 설립한 서남대로 넘어갔기 때문. 정관에서 정한 학교법인이나 기타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 잔여재산을 귀속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비리와 전횡을 저지른 장본인은 잔여재산을 회수하고 애꿎은 학내 구성원만 피해를 본 결과가 됐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장치는 거의 없다. 고등교육법시행령에 72조에 따라 학교 폐쇄 명령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재학생과 학교기본재산의 처리상황을 기재한 서류와 학적부를 교과부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통상 폐교 이전에 학생모집을 중단한 이후 재학생 현황을 파악해 인근 대학에 편입학을 요청하는 수준이다.

교수들에 대한 구제방안은 전무하다. 폐교로 학교법인과 교수 간 고용관계가 종료되면 교수들의 신분을 유지할 법적 근거도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교과부는 다른 대학과 인수·합병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대학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부실 사학의 비리가 밝혀져 반강제적으로 폐교했을 경우에 학내 구성원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교과부가 부실 사학은 퇴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후속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구제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형 성신여대 교수(컴퓨터정보학)는 “폐교된 대학 교수들은 대학에서도 채용을 꺼리지만 학과 교수들도 기피할 것”이라면서 “고학력 장년층 실업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재취업 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폐교로 일자리를 잃은 교수들이 소수라면 특별법 등을 통해 최소한의 보수로 교수직을 보장하는 방법을 고려해보겠지만 규모가 커지면 이마저도 힘들다”면서 “사후 대책보다 부실로 퇴출되는 대학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송병춘 변호사(민변 교육위원장)는 “최근 학과 폐지에 따른 재임용 탈락도 기준만 정하면 문제없다는 판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폐교로 퇴직한 교수들에 대한 구제방안은 법원의 견제장치로 풀 수밖에 없는데 교수지위를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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