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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대화 부족 … 배제보다 包容의 정치로
소통·대화 부족 … 배제보다 包容의 정치로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06.01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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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어디로 가나_ MB정부에 바란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국사회에는 ‘화해와 통합’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보수·진보의 구분도 없다. 그렇지만 ‘추모 정국’이 지난 후에도 ‘화해·통합’의 분위기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성찰과 화합의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도 있지만 분열과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다르다. 김승환 전북대 교수(한국헌법학회장)는 “정권, 검찰, 극우 족벌신문에 의한 정치적 타살”로 이번 죽음을 규정했다.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사학과)는 “전직 대통령에게조차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정치적 살인이 자행됐다”며 “이명박 정부 이후 있었던 민주주의 후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과)는 “검찰이 일일 브리핑을 하다시피 했지만 노 전 대통령과 직계가족의 경우 법적으로는 다툼의 소지가 있는 정도라 정치보복 차원이 간접적으로 있다”며 “현 정부의 실정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증폭되면서 국민들 마음의 핵폭탄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대)는 “단순히 검찰수사 때문에 그런 결심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화해·통합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데에 보수 성향 학자들도 동의한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화해·통합을 하려면 우선 보수든 진보든 죽음을 정파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역시 힘 가진 사람이 손을 먼저 내밀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한국사회학회장)는 “더욱 중요한 것은 분열 양상을 보이는 민심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 대화합 성명과 사회 통합을 위해 제안을 하는 등 후속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화해와 통합에는 전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진정한 성찰과 국정 운영의 쇄신이다. 정현백 교수는 “반민주적 조치를 철회하기 전에 어떻게 화해하고 통합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승환 교수도 “지금 화해·통합은 없던 걸로 하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이다. 통합에 앞서 정리할 건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 검찰 과거사를 정리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없던 일로 하고 잊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어떻게 화해하고 통합하겠다는 것인지 정부가 먼저 답을 해야 한다. 최소한의 전제다. 말로 어떻게 화해·통합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말이 아니라 구체적 정책으로 실현해 일대 국정쇄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핵심은 소통이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지난해 촛불집회 때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과 대화가 부족했다고 했는데 여전히 국민 의견을 잘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며 “원하지 않는 사람은 배제하는 전략이 아니라 모두 포용하는 국정기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여야,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평중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영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지역주의와 측근정치 청산, 소통의 정치는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역설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는 “한국정치는 그동안 ‘끼리끼리’ 했는데 더불어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 교훈을 살리지 못하면 정치만 망하는 게 아니라 나라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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