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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교수사외이사겸직]사외이사 총장 뭐하나
[긴급진단 교수사외이사겸직]사외이사 총장 뭐하나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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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3 16:28:07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총장들은 이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얼마의 보수를 받는 걸까.

지난 2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주요 기업들의 ‘2001년 주총소집통지공고’ 및 ‘주요경영참고사항’에 나타난 사외이사 활동 내역에 따르면, 정근모 호서대 총장과 송석구 동국대 총장은 각각 서울도시가스와 신자교역에 사외이사로 등록돼 있지만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15회 열린 삼성물산 이사회에 80%의 출석률을 보였다. 김우식 연세대 총장은 10회 열린 LG칼텍스가스 이사회에 7번 참가했으며,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24회 열린 대우인터내셔널 이사회에 13번 참가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사퇴한 이기준 서울대 총장은 20회 열린 이사회에 단 5번만 출석했다.

그리고 이사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총장직 수행하느라 분주했을 법 하지만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에는 충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각 대학들은 “사립대학은 가능한 것으로 알았다”거나 “산학협력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공학원 건물을 세운 연세대는 “김우식 총장이 당시 본부장을 했던 것이 계기가 돼 LG칼텍스가스에 사외이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기업과 대학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업기술대도 “총장이 되기 이전부터 사외이사를 해 왔으나 총장이 된 이후에는 산학협력차원에서 겸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국립대학만 안되고 사립대학은 가능한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총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외이사 1인당 1천4백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보수를 지급했다고 보고했다. 이기준 총장은 기업으로부터 연구비 형태로 해마다 2천∼3천만원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총장들은 주식 등 ‘옵션’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국립대 교수 1년치 봉급에 가까운 금액을 부가수입으로 챙겨온 셈이다.

이와 관련 소액주주대표로 사외이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는 “산학협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외이사 역할을 다할 수 없다면, 대학수장으로서 대학행정에 충실해야 할 것”고 지적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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