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0:20 (일)
[해설] 한영신학대 교수들의 유린당한 인권
[해설] 한영신학대 교수들의 유린당한 인권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2.04.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04-30 18:28:49
 ◇ 대학종합평가를 위해 교수들에게 서류조작을 지시하는가 하면(사진 왼쪽아래 공문), 모든 전임교원을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있다(오른쪽 공문).
전임교수를 해마다 직급에 상관없이 1년 단위로 재계약한다. 임용기간도 만료되지 않은 전임교수를 재임용심사도 없이 면직시킨다. 법인이사회에서 면직처리된 교수를 대학이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복직 처리한다. 퇴직된 교수에 대해 대학은 봉급을 지급한다.

실로 믿기지 않는 이 인사조치는 버젓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것도 대학원과정까지 갖춘 종합대학에서. 바로 서울 구로구에 자리잡고 있는 한영신학대에 재직해온 홍영표, 김현기, 차상환, 맹영진 교수 등 4명이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겪고 있는 고통이다.

이들 교수 4명은 지난 2월 26일, 이 대학 한영길 학교법인 한일학원 이사장, 한영훈 총장 등을 상대로 ‘해임통보 무효확인 및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같은 달 28일에는 한 이사장과, 한 총장, 그리고 이억범 교무처장을 검찰에 형사고발하고,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불법면직 처분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등 법정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그간 한영신학대는 법령을 깡그리 무시하고, 법인정관에 정한 전임교수 임용기간조차 지키지 않은 채 재직중인 전임교수 모두를 1년 단위로 계약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정관에는 버젓이 전임교수의 임용기간을 교수-정년, 부교수-6년, 조교수-4년, 전임강사-2년으로 정해 놓고도 교원임용계약서는 모든 교수를 그해 3월 1일부터 다음해 2월28일까지 임용하는 탈법을 저질러 왔다. 임용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교수들의 종교의 자유까지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작성한 임용계약서에 따르면 “임용 발령일 이전까지 미리 양해한 경우 외에는 현재 소속된 교단에서 하나님의 교회로 교적을 옮기고 하나님의 교회의 신실한 교인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적시해 놓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4명의 교수에 대한 인사처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4명의 교수들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대학과 법인측이 진행한 인사처분은 최소한의 인사규정과 절차조차도 지키지 않은 탈법인사의 전형적인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측은 조교수 신분인 김현기·차상환·홍용표 교수들에게 재임용 심사조차 없이 올 1월말 2월 28일자로 면직처리 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법인은 이 같은 내용을 2월 18일, 이사회를 열어 통과시켰다. 그런데 2월 28일, 이들 교수들이 교원징계재심위에 재심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대학측은 3월 19일 교원징계재심위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개정된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위배된다는 판단에 따라 2월16일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수들의 면직을 철회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들은 “18일 이사회를 열어 해임결정을 했는데 어떻게 16일 철회할 수 있겠느냐”며 “대학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측은 교수들을 면직처리한 적이 없으며, 복귀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교수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교수들에게 떠넘겼다. 이억범 교무처장은 “대학이 공식적으로 해당 교수들을 면직처리한 적이 없다. 솔직히 해당 교수들이 대학운영에 비협조적이어서 각성하라는 뜻에서 면직예고 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입장 전달이 아니었다. 그 이후 대학은 면직처분이 현행법에 위반되는 사실을 깨닫고 교무위원회를 열어 면직처분을 철회했고, 법인이사회에서도 3월중에 다시 이사회를 열어 그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오히려 교수들이 돌아오지 않아 대학입장이 난처하다. 복귀 요청서를 전달했지만 돌아올 생각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이 같은 탈법적인 교권탄압이 가능한 것은 대학이 그간 족벌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 한영훈 총장은 설립자이면서 전임총장이었던 한영철씨의 둘째 동생이고, 한영길 법인이사장은 첫째 동생이다. 이 밖에도 친매제와 사위, 딸들까지 학교직원으로 채용돼 대학운영에 관여하는 등 족벌친정체제를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대학운영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 대학은 지난해 대학종합평가를 받으면서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교수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측은 2000년 1, 2학기와 2001년 1학기의 수업일수를 조작하기 위해 교수들에게 수강편람과 출석부를 새롭게 작성하도록 요청했다. 대학이 교수들에게 전달한 문서에 따르면 “수업일수가 부족하여 부득이하게 수강편람과 출석부를 재작성 해야 한다”며 “강의계획서와 성적채점표, 출석부 복사본을 동봉하니 조정된 수업일수에 맞춰 새롭게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교권이 무자비하게 탄압받고, 학교운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사실을 교육부가 민원으로 접수받고도 감사나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홍용표 교수는 “그간 총 6차례에 걸쳐 대학의 비리를 밝혀 교육부에 알리고 감사를 촉구했지만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라며 교육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탄압받은 교수들이 검찰에 형사고발까지 하는 상황에서 감독기관인 교육부는 민원에 대한 회신도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았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