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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성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위원장(성균관대 강사·서양사)
[인터뷰] 임성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위원장(성균관대 강사·서양사)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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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7 14:06:22
‘전국대학강사노조’가 지난 27일 성균관대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로 명칭을 바꿨다. 4월 30일 성균관대에서 임성윤 초대 위원장을 만났다.

△’강사노조’에서 ‘비정규직 교수노조’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입니까.

“IMF 사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의 열악한 처우현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강사와 교수처럼 10배 이상 극심하게 차이 나는 직종은 없습니다. 시간강사는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조합명칭 뿐만 아니라 조합원 대상도 시간강사에서 비전임 교원으로 확대했는데요.

“현재 대학에서 초빙교수, 대우교수 등의 직책으로 ‘무늬만 교수’인 강사들의 수가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당국은 초빙교수제도를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책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놔둔 채 잠시 무마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비전임 교수의 계약기간은 대부분 1∼2년인데 이후에 전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신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간강사’는 교수가 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자리라는 인식이 큽니다.

“10년 전에 시간강사를 하던 분들 5만명 가운데 대학에 전임으로 임용된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제 시간강사를 전임교수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로 볼 수 없습니다. 당연히 하나의 직업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비정규직교수노조’가 바라는 최소한의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는 무엇입니까.

“교수들의 법정강의시간이 1주일에 9시간입니다. 그래야 교육과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시간강사들은 시수에 따른 강의료만을 받은 채 연구와 교육을 함께 해야 합니다. 시간강사도 같은 노동을 한다고 할 때, 생활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가가 보장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나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에게 기본급과 시간급을 제공하고, 다음 학기 교육을 위해 방학중에도 기본급을 지급해야 합니다. 현재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20시간 이상을 강의해야 입에 풀칠이나마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연구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학교육도 그만큼 파행적으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강사노조는 합법화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이 미진하다는 평가입니다.

“학계에서는 튀는 사람을 어떻게든 밀어내려 합니다. 더군다나 시간강사들은 다음 학기에 강의가 주어지지 않으면 바로 해고되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유지하려면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노조활동으로 처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활동을 권유하는 전화를 하면 한달에 5천원 하는 노조활동비도 부담스러워합니다. 노조를 통해 그보다 더 얻어낼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지요.”

△최근 학술진흥재단에서는 시간강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연구지원사업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학진의 연구지원사업이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학진의 프로젝트들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근복적이고 장기적인 개선책 마련입니다. 학진 연구지원사업도 대부분이 팀장은 교수여야 하고, 시간강사들은 학위가 있더라도 여기에 속해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다시 종속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어떤 사업에 주력할 계획입니까.

“노조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시간강사들도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얻어내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성대에서 퇴직 당한 김동애 대우교수가 해고예고, 법정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며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문제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강사의 법적 지위확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김동애 교수건이 하나의 실마리는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1997년 성균관대 강사노조에서 대의원활동을 했던 임 위원장은 방중 연구비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이후 2년 동안 강의를 배정 받지 못하다가 2000년 2학기부터 다시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 성균관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2년 2월 전국대학강사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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