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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고려대 총장선임 논란
[초점] 고려대 총장선임 논란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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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4 18:23:34
지난 3월 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는 이 대학 교수협의회(회장 백영현 재료금속공학과, 이하 교협)가 주관하는 차기 총장후보 선거가 열렸다. 교수, 학생, 교직원 대표들의 1차 투표를 거쳐 올라온 후보들은 각자 고민해온 대학발전방안을 제시하며 7백여 명의 교수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선거에는 재직교수 9백여 명 가운데 연구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법인이 교협과 별도로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구성해 따로 총장추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직선제를 지키겠다는 교수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교수들은 두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이필상 경영학과 교수와 이기수 법학과 교수를 차기 총장 후보로 선출했다.

총장후보를 선출했던 교수들은 두달이 지난 5월 3일 다시 인촌기념관에 모였다. 고려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이사장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가 열리는 인촌기념관 밖에서 교수·직원들은 ‘김정배 총장의 연임을 결단코 반대한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들에게 교협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총장을 선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직선으로 선출된 김 총장, 직선제 외면

그러나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사회에 참여한 10명의 이사들은 총추위가 1위로 추천한 김정배 총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4년 전 총장직선제를 통해 후보로 선발될 당시 총추위를 비난했던 김 총장이 이번에는 일찌감치 ‘총추위’로 방향을 선회했다.

법인의 결정에 대해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각 단과대학별로 교수들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가장 먼저 결의문을 발표한 경영대학 교수들은 “이사회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김정배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전체 교협도 빠른 시일 내에 임시총회를 열어 총장선임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교협 규정에 따르면 교협이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총장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1위 득표자를 총장당선자로 선포하게 돼 있어 2명의 총장이 동시에 생기는 불상사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인에 대한 반대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백영현 교협 회장은 “독단적인 행정과 잦은 실책을 거듭해온 김 총장이 연임되면 학내구성원들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수 차례에 걸쳐 의견을 피력했으나 법인이 결국 이를 무시했다”며, “근본적으로 법인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백 회장은 또 “1백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대학을 특정인이 지배하는 이사회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법인의 개혁을 촉구했다.

한편, 최근에는 총장공관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김정배 총장 개인의 월급에서 납부해야할 소득세, 주민세 1천6백여만원을 공금인 업무추진비로 대납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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