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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승의 날에 불러보는 쓸쓸한 그 이름, 대학강사
[기자수첩]스승의 날에 불러보는 쓸쓸한 그 이름, 대학강사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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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2 21:26:52
“대학강사가 누구인가. 경제적으로 보면, 남들 돈 벌 때 돈 쓰면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학문적으로 보면, 한 사회의 대학교육을 담당할 학문후속세대들이다. 교육적으로 보면, 오늘날 한국 대학의 강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선생님들이다. 그러나 대학강사는 한국사회의 ‘사생아’다.” 다른 날도 아닌 ‘스승의 날’에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떠오른 씁쓸한 글귀다. 7년째 대학강사를 하고 있다는 양문석 씨는 “학생들에게 선생으로서 ‘내용적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동정’을 받는 것이 너무 싫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더욱 씁쓸한 것은, 대학강사의 처우에 대한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강사에게도 최저생계비를 보장해라”, “교육부는 뭐하러 있는가” 등 대학강사의 처우를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주라는 독려 의견 옆에는 “그나마 시간강사라도 하고 있으면 다행이죠”, “안 하면 되지 왜 시작한 겁니까. 한다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임금이 낮죠” 등의 의견들이 함께 달려있다. 대학에 경제논리와 경쟁논리가 슬그머니 자리잡은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바둥거리며 되도 않을 자리를 꿈꾸고 있는 어리석은 강사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냉정하게 ‘자본주의적’이다.

같은 날, 학문후속세대의 정보통으로 알려진 ‘하이브레인 넷’에도 대학강사들이 맞는 스승의 날 단상들이 올라왔다. “스승의 날은 곧 선생님의 생일과 같다”라며, 쉬는 시간 초코파이를 쌓아올린 케이크를 들고 들어선 제자들 앞에서 콧날이 시큰해졌다는 한 강사의 글에 많은 ‘동료’들은 ‘부럽다’라는 의견을 남겼지만, 학생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배려에 감동만 하고 있기에는 강사들의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

“스승의 날을 강사들에게는 휴강의 날로 하자”라는 의견을 대학과 교육부는 언제까지 농담으로 흘려 듣고 있을 것인가.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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