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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44명 중 34명이 F라면?
수강생 44명 중 34명이 F라면?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1.11.2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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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교수·학생들 “비합리적 처리” 비판

 “교수가 학생에게 F학점 주는 데 이유가 있나. 학생들이 시험을 못 본 것은 틀림없다. F학점은 ‘학점을 준 게 아니다’. 다시 공부하라는 말이다.”(인천대 신소재공학과 A교수)

“공학실험수업 중 난데없이 영어회화(오럴테스트)로 성적을 매겼다. A, B학점을 받은 학생들도 대답을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엉터리 성적이다.”(A교수의 수강생들)

自律이냐, 自意냐. 인천대 신소재공학과 A교수가 공학실험 수업에서 F학점을 남발해 학생과 동료교수들로부터 비판을 사고 있다. A교수는 지난 학기, 2학년 전공필수과목인 ‘ㅇㅇ공학실험’을 수강한 44명 중 무려 34명에게 F학점을 줬다.

A교수는 “영어강의 첫해였고 학생들이 오럴테스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F학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일반적인 실험수업이었을 뿐이고, 두 번째 시간부터 A교수가 갑자기 영어로 강의를 하겠다며 오럴테스트를 했다. 나머지 시간도 대부분 수업조교가 진행했는데 우리말로 했다”며 맞서고 있다.

학생들은 이번 학기가 끝나도록 A교수와 학교 측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문제를 학교 밖으로 끌고 나왔다. 지난 22일 수강생들은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의 비합리적인 성적처리를 즉각 취소하고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A교수가 학생·학부모를 협박하고, 여학생들에게 만남을 강요했다는 점 등도 언급하며 A교수의 퇴진을 요구했다.

같은 학과 교수들도 이날 A교수를 겨냥한 성명을 발표했다. 김배연 인천대 교수(신소재공학과 학부장)는 “영어  오랄테스트가 중요했다면 테스트에 앞서 시험을 치르는 팁을 가르쳐준다든지 (시험이나 수업 내용을) 영어로 훈련시키는 등 사전에 학생들과 논의가 있어야 했다”며 “학점을 매기는 건 교수의 자율이지만 합당한 기준이 있어야 학생들도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과 교수들은 성명을 통해 “A교수가 이번 일에 대해 반성하고 학생과 학과 교수들에게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자의적인 성적평가로 도마에 오른 A교수는 이번 학기 수업 4과목이 모두 폐강됐다. 학생들이 A교수의 수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수강생이 1명도 없는 과목도 있었다. 자의적인 성적평가 탓에 학생들의 불만이 반복돼 신소재공학과는 최근 장학금 기준까지 고쳤다. 전공과목을 모두 들어야 장학금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조항을 이번 학기부터 아예 없앴다.

같은 학과 교수들까지 문제를 제기하자 인천대는 지난 22일에서야 교무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열고 진상파악에 들어갔다. A교수는 “성적이 부진해서 F학점을 준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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