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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을 바꾸는 예술교육의 강점
학교교육을 바꾸는 예술교육의 강점
  • 홍혜전 영남대 체육학부 무용전공 교책교수

  • 승인 2013.10.0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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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홍혜전 영남대 체육학부 무용전공 교책교수


홍혜전 영남대 체육학부 무용전공 교책교수
학교교육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학교에 대한 불신의 벽이 쌓여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고, 학교는 졸업장을 얻기 위해 다녀야 한단다. 이런 학교에서는 학생들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교사들도 불행하다. 왜 이렇게 학교생활이 삭막해졌을까. 우리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구도로 몰고 있는 현행 대학입시체제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혹시 진짜 배워야 할 것들을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실패를 통해 성장해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는 일부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동기가 부여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들은 끊임없이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난다. 아기들에게 실패로 인한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은 없으며 부모도 아기의 실패조차 기뻐하고 신기해하며, 긍정적 피드백을 보내준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간 이후 우리의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변화에 도전하지 않는다. 프린스턴대의 심리학 교수인 에드워드 E. 존스는 안정적인 가정 출신의 많은 ‘중산층’ 아이들에게서 학습부진이 보인다고 한다. 부모가 가하는 기대의 압박 때문인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까봐 겁에 질린 나머지 전적으로 뒤로 물러서 버린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온갖 이유로 인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지만, 성공에 대한 제한적 기준과 그러한 기준에서 나타나는 높은 위험성은 이러한 두려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은 정답과 오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도전을 즐기고, 기회를 포착하고, 실수를 발전을 위한 기회로 여기는 일로, 학교는 이와 같은 도전의 공간이 돼야 하며 이런 일에 적합한 사람이 교사여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필자는 학교 내 예술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과학이 제공하는 기반에 빛을 비추고 방향을 제시한다. 과학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위에 세우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주어진 것을 넘어 상상하는 것, 세우는 것, 보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예술교육을 통해서 실패할 기회를 만나야한다. 여러 다른 영역에서 성공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예술교육의 필요성일지도 모르겠다.

예술교육의 힘에 대해 몇 가지 나열해보고자한다. 호주 퀸즐랜드 주의 14개 학교에서는 예술을 통한 학습기회를 강화시키고자 예술가 및 교사, 학생이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주 전역에 걸쳐 학생들이 그들의 창조성을 개발할 기회를 위해 호주전역 280개 이상의 지역에서 2008년부터 실시되고 있으며, 학교에 전문적인 예술가들을 배치해 교사와 학생의 협력을 통해 창조성을 키울 수 있는 혁신적인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예술교육의 힘은 2011년 미국의 오바마 정부에서 예술과 인문학에 관한 대통령자문위원회의 ‘예술교육에의 재투자’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를 잠시 인용하면, “그 어느 때 보다도 예술교육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오늘날의 인재는 단지 기술과 지식 이상의 더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지략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해져야 한다. 그러한 창의성을 계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예술교육이다.” 여기서는 세계경제의 변화와 이에 따른 창의성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예술교육이 재강조돼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세계경제와 문화적 환경의 변화를 읽으며 90년대 말부터 예술교육과 창의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정책적 보고서와 연구물들이 많이 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창의성 제고라는 보다 구체적인 미션을 예술교육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의 저자 제시카 호프 데이비스는 그의 저서를 통해 학생들이 예술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 10가지를 제시했다. 상상력, 작용 주체, 표현, 공감, 해석, 존중, 탐구, 반성, 참여, 책임이다. 예술교육의 10가지 효과는 예술교육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통해서 상상력에서부터 사회적 책임감에 이르기까지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백 명의 여러 분야 과학자들이 자신의 창의적 능력에 대해 언급한 진술에서도 13가지의 공통된 생각의 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 관찰하기, 형상화하기, 추상화하기, 패턴인식, 패턴 만들기, 유추하기,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여러 차원에서 사고하기,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하기, 통합적으로 이해하기이다.

그런데 이 기술들은 예술가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능력들이다. 예술적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과학자가, 또 과학적 사유훈련이 잘 되어 있는 예술가가 더 뛰어난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예술의 강점은 측정 가능한 것 그 이상이기에, 측정 가능한 과학의 방식으로 예술을 환원시켜 예술교육을 정당화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인간이 된다는 것에 대해 배우게 하고, 생각과 행동에서 자신의 인간성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과목이 줄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과목이 교육의 전면과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조적인 과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 과목이 돼야 한다. 이것은 개선의 수준이 아니라 혁신이며, 우리 교육제도의 혁신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로 사회적 변화를 촉구할 것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혁신적 변화가 우리 학교의 현장 곳곳에서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홍혜전 영남대 체육학부 무용전공 교책교수

세종대에서 무용학 박사를 했다. 창의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2012년 한국연구재단 박사후국내연수자로 선정돼 ‘100세 시대 대비 노인의 뇌건강을 위한 홀니스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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