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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등 ‘수업목적보상금 행정소송’ 패소
서울대 등 ‘수업목적보상금 행정소송’ 패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10.07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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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보상금 산정방식에는 중대한 하자”
패소해도 보상금 산정기준 낮아질 가능성은 있어

서울대 등 5개 대학이 제기한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이하 수업목적보상금)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보상금 기준을 산정할 때 교수 5만여 명이 무료 이용 동의서를 제출한 것을 빠뜨린 것은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해 향후 보상금 기준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

지난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명지전문대, 서울디지털대 등 5개 대학이 문체부를 상대로 낸 수업목적보상금 기준 고시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4일 원고 패소 선고를 내렸다. 문체부가 수업목적보상금 수령기관으로 지정한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복전협)는 지난해 7월 경북대 등 6개 대학을 상대로 수업목적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들 대학은 문체부가 복전협을 보상금 수령단체로 지정한 것은 무효이고, 보상금 기준과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1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립대인 경북대는 이번 행정소송에는 빠졌다.

서울행정법원은 그러나 보상금 수령단체로 복전협을 지정한 것이 무효라는 대학 측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보상금 기준과 산정방식이 무효라는 주장에는 ‘이유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교수 4만8천515명이 무료이용 동의서(자신의 저작물이 수업목적상 무료로 이용되는 데 동의한다는 서명)를 제출했는데도 보상금 기준에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보상금 액수를 산정하는 데 핵심적 요소를 빠뜨린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행정소송이 최종 확정될 경우 향후 보상금 기준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5개 대학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수업목적보상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형규 한양대 교수(법학)는 “평생교육기관만 해도 4천개가 넘고, 공무원연수원이나 사법연수원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연수원 등도 보상금을 내야 하는데 대학에만 지급하라는 것은 형평성을 현저하게 결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보상금 지급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학생 1인당 보상금 기준인 3천132원은 1년에 A4용지 407장 분량의 자료를 배포하는 셈이 되는데, 대학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것이다.

복전협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복전협은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게재된 저작물에 대해서도 ‘교과용 도서 보상금’을 징수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교과용 도서 보상금으로 108억원을 걷었지만 이 가운데 62%인 67억원을 저작권자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복사를 할 때 내는 도서관보상금은 97.5%가 미분배액으로 남아 있다. 미분배 보상금은 3년이 지나면 복전협이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복전협의 운영비 만들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대학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행정소송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도 있다. 저작권법 자체가 그렇게 돼 있는 탓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초·중·고등학교가 수업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보상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보상금 면제 기관을 대학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박성호·서상기·유기홍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 논의는 되지 않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에 대해 항소하는 한편 저작권법 개정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상금 수령을 꼭 복전협에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대학과 관련된 것이니까 대학 관련 협의체에서 걷어서 대학에 분배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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