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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리더가 누구냐?
원로칼럼_ 리더가 누구냐?
  • 김여갑 경희대 명예교수·치의학
  • 승인 2013.10.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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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갑 경희대 명예교수·치의학

국회의원 한명 한명을 입법기관이라고 하는 것처럼 교수도 각자가 독립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주도하에 연구가 이뤄지고, 자신이 계획한 대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이외의 대부분의 일도 자신을 중심으로 일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국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혼자서는 뜻을 이루기 어렵듯이 교수도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 힘을 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제는 연구비도 개인보다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팀이 연구비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고, 교육도 각 교수가 알아서 하는 것 같지만 여러 교수들이 모여서 교육일정표를 짜서 거기에 큰 줄거리를 맞춰서 진행되고 있다. 혼자서 되는 일은 없다. 각각 따로 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각 분야의 리더는 누구일까 생각해보고 싶다. 필자가 미국에 있었던 1987~8년 일이니 오래 됐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다. 댈러스에 있었다. 그곳 원로교수님이 필자에게 질문했다. “너희 나라에서 이 분야(구강악안면외과)의 리더가 누구냐?”라는 것이다. 사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보다 앞서 그 전에도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1983년도에 일본에 잠시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교수님이 “김 교수는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 잠시 ‘구강악안면외과인데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세부전공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 하고 “악교정술과 구강암입니다”라고 대답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멈칫하게 됐다.

그래서 문뜩 학회에도 열심히 나오시고, 연세가 제일 많으신 분이 생각나서 이런 분이 있다고 간단히 설명하고 그 분 성함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중간보스는 누구냐고 물으셨다. 여기에는 선뜻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비슷한 연령대의 교수님들이 여러분 계셨는데 각자가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생각할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은 어떠냐고 여쭤봤다. 서슴없이 몇 분의 이름을 대시면서 중간보스가 왜 될 수 있는지 안 되는지 설명하셨다. 모두 제가 만나본 교수들이었다.

이 중에 아직도 기억이 명확한, 몇 가지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꼭 일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임상교수이셨기 때문에 임상과 연구를 중심으로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 A란 교수는 지금까지 열심히 했지만 이미 학장이 됐기 때문이라면서 제외시키셨다. 아마도 학장의 개념이 우리와는 조금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에도 미국은 학장도 교내보다는 대학을 위해, 또는 자신보다는 다른 교수들을 위해 하는 일이 더 많다고 보고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필자가 학장 하는 동안 받은 질문 가운데 많은 것이 “학장님도 환자 보세요?”였다. 답은, 많이 본다. 더 많이 봐야 한다.

B교수는 고집불통 독불장군이라 어렵다고 하셨다. B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참 유행인 양악수술이라고 하는 악교정술에 관해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책도 많이 쓰고 유명한 교수였지만 미국사회에서도 人性이 중요한 것 같다. 다른 분을 중간보스로 지목하셨다. 필자는 필자가 모시고 있던 교수님을 말씀드렸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우리나라와 교류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모두에서 존경받던 올곧은 분이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 치과계에, 구강악안면외과계에 제일 큰 어른은 누구일까. 그 뒤를 이어 이 분야를 이끌어갈 중간 리더는 누구인가. 그 중에 필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나라(國)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제대로 돌아가자면 서로의 위치를 알고, 서로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여갑 경희대 명예교수·치의학(구강악안면외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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