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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
교육단상_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
  • 신동원 서울 휘문고 교감
  • 승인 2013.10.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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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서울 휘문고 교감

어떤 교사가 나이스에 출결 상황을 입력하고 있는데 자기 반 학생이 찾아와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단다. 그 담임교사는 급한 일이 아니면 수업이 끝나고 내려오면 안 되겠냐며 돌려보냈다. 방과 후에 그 학생과 상담하려고 하는데, 교육의원으로부터 급하게 지난 1년 동안 무단 결석자 현황을 보고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상담은 다음날 점심시간으로 미루고 그 학생을 돌려보냈는데, 다음날 이 학생은 결석을 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출했고 한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이 큰 업무가 아니었다. 학생당 A4 서너 장 정도. 학기 말에 집중적으로 작업하면 3~4일 내에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활동이 많은 학생은 20쪽 이상이 되고 보통 학생이 10쪽 내외다. 학교생활기록부는 1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별활동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활동상황 등은 1인당 1~2쪽씩 채워야 할 정도로 양이 많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라서 대충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 차원에서 상부 기관에서 공문을 줄인다고 하지만 이곳저곳 기관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내려온다.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전교생을 상대로 조사해야 하는 것도 있고, 몇 년 동안 쌓아둔 서류를 모두 뒤져야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런 공문 하나가 일선학교에 떨어지면 담당자는 며칠 동안 야근해야 한다. 일을 많이 맡은 어떤 교사는 교무실에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쉴 시간이 없단다. 숫제 교실에서 수업하면서 숨을 돌린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현재 교육과정의 특징은 집중이수제다. 2~4학기에 걸쳐 가르치던 것을 주당 4~8시간씩 중편해 한 학기에 끝내는 것이 집중이수제다. 주당 2시간씩이면 8개 반을 맡지만 주당 4시간씩이면 4개 반을 맡게 되며 교재 연구 부담은 2배로 증가 한다. 수준별 수업을 하거나 학급수가 적어 2개 학년을 맡으면 교재 연구 부담은 2~3배로 증가한다. 이 정도 되면 매일 교재 연구를 해도 모자란다.

게다가 학생들이 매 시간 교과교실로 이동하면서 수업을 받는다. 학생 한명 찾는데 그 학생 개인 시간표를 검색해 이 교실 저 교실 기웃거려야 간신히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학교는 학생들 왕래가 빈번한 곳에 전광판을 설치해 어떤 선생님이 어떤 학생을 찾고 있다는 메시지가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임이 학급 학생들을 장악할 수도 없고, 상담지도나 생활지도가 되지 않는다. 집중이수제나 교과교실제의 의도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과 상담이다. 이것 없이 공교육을 바로 세울 수 없다. 정부는 이 점을 인식해 교사들의 잡무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교무행정요원을 교무실에 필수적으로 배치해 공문 처리, 일과 운영, 일일 통계, 교과서 업무, 전산실 업무 등을 전담시켜야 한다. 담임교사에게는 학생 관리와 수업만 맡겨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에게 요구한 것은 많지만 복지나 업무 경감에는 인색하다.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 교육. 학교에서는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신동원 서울 휘문고 교감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연구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구과학』 교과서와 『교단일기』, 『하이탑 지구과학』(I, II)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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