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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 언제까지 사학에만 맡길 건가, 정부 직접 나서라”
“대학 교육, 언제까지 사학에만 맡길 건가, 정부 직접 나서라”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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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 ‘국가 직무유기’ 비판론 거세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83.4%에 달하는 사립대가 정부의 역할을 대신해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과 감독이 소홀하다면 이는 교육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정부 스스로 ‘직무 유기’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경쟁력 있는 교육’을 세계화 시대의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학에 의존해왔던 기존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21세기 지식사회를 이끌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게 교수 대학사회의 진단이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은 우리 신문 기고 칼럼에서 “사립대에 의존적인 우리 교육 현실에서 볼 때 대학에 대한 국가의 부실한 지원은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포기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교육학 전공인 이 아무개 교수 역시 “국가가 나서서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사립대가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나 몰라라 방관하는 듯하다. 장기적인 정책과 함께 ‘극약’ 처방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공학을 전공한 김 아무개 교수도 같은 시각이다. “대학에서 인재를 양성하면, 결국 사회와 국가가 수혜자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사학이나, 피교육자 당사자에게만 맡겨버리는 국가 정책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사학에 대한 부실한 지원은 결국 사학에 대한 느슨한 통제와 관리 감독으로 이어져, 대학 분규와 갈등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사학과)는 교육을 공적 재산으로 규정하면서 “해방 후 사학을 지원, 대학 교육을 일으키면서 맺어진 국가와 사학의 유착 관행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가 교육 책임을 지지 않고 사학 재단에 이를 떠넘겨, 사립대는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을 굳히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학에 대한 지원 부실과 엄정한 관리 결여가 국가-사학 간의 ‘암묵적 카르텔’을 조장하며, 결국은 ‘나약한’ 지식인 만들기, 활기 없는 인재 교육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대학 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국가는 ‘수익자 부담논리’를 들어 사립대 등록금을 폭등시켜 교육비 부담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면서도, 재정 운용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부실감사로 일관, 오히려 사학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비판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과)는 “50명 남짓한 교육부 관료가 전국 대학에 대해 일일이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겠냐”며 “부당한 간섭은 그만두고 재정지원 확대와 그 재정이 제대로 쓰이는 지나 감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런 비판과 요구 이면에 깃든 메시지는, 교육에 관한 한 국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에 대한 재정적 지원 확대와 이에 걸맞는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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