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남부의 해변 도시로 지금은 터키 영토이지만, 고대 그리스 인이 드나들던 곳, 그리스 신화의 고향인 트라페준다에는 정교회의 상징으로서 ‘성모 수멜라(파나기아 수멜라)’ 수도원이 있다. 386년에 세워진 이 수도원에는 예수의 제자인 누가(루카스)가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성모 수멜라’ 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베르미오 마을 새 ‘성모 수멜라’ 수도원에 보관돼 있다.
‘수멜라’의 뜻은 흑해 방언으로 ‘멜라스 (산)으로’라고 한다. 380년 성모 마리아가 한 젊은 수도승에게 나타나 자신이 인도하는 곳으로 ‘아테네의 성모 상’을 옮기라고 지시한 다음, 그것을 들고는 사라졌는데, 그는 이곳 멜라스 산에서 성모상을 찾게 됐고 그곳에 이 수도원을 세웠으며(해발 1천320m), 성모상은 ‘수멜라 성모상’으로 불리게 됐다.
1923년 터키 공화국과 그리스 간에 무슬림과 정교도 간 교환이 이뤄졌을 때, 무슬림들이 이 수도원을 약탈방화 했는데, 당시 수도승들은 수멜라 상 등 聖物 3점을 인근의 작은 교회로 옮겨 보관했다. 1931년 터키 수상 이스메트 이노누가 아테네를 방문했을 때, 그리스 수상 엘레브테리오스 베니젤로스가 이 성물들을 이양해줄 것을 부탁했고, 이노누가 그 청을 받아들여, 성물들은 아테네 비잔티움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그 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1951년, 마케도니아 서부에 위치한 베르미오 마을에 같은 이름을 가진 새 수도원이 세워지게 되고, 3점의 성물들도 그곳으로 옮겨졌다. 이 수도원은 1923년 소아시아 및 흑해에서 쫓겨난 후, 흑해의 고향과 수멜라 수도원을 가슴에 묻고 살았던 그리스 인 정교도 실향민들의 염원이 가시화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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