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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구성원 “고 前 이사 배제하고 ‘정상화’에 논의해야”
대구대 구성원 “고 前 이사 배제하고 ‘정상화’에 논의해야”
  • 이재 기자
  • 승인 2015.10.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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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사태 21년 … 풀리지 않는 실타래

지난 14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대구대 경산캠퍼스 본관 회의실에 이 대학 구성원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회의실의 한쪽 벽에는 ‘학원정상화를 위한 대학구성원 2차 대토론회’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이 대학 교수회와 총학생회, 노동조합을 비롯해 대구사이버대 교수회와 노조 등 학교법인 영광학원 관련 구성원들이 대구대 사태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지난 1994년 재단비리로부터 출발한 대구대 사태는 무려 21년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경산캠퍼스 본관 회의실에 모인 대학 구성원들은 “사분위는 오직 학생과 교수회, 노조가 요청하는 방식의 정상화에 힘을 보태 달라. 대학을 차지하려는 설립자 일부 유족과 이들을 따르는 극소수 교수들의 반교육적 행태를 더는 참을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고은애, 이예숙, 이근민의 대구대 정상화 개입을 반대한다. 만약 대구대가 이 셋을 중심으로 정상화된다면 우리는 2만 학생들과 함께 수업 거부, 상경 시위, 농성 등을 강도 높게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대구대 구성원들은 14일 대구대 경산캠퍼스에서 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고은애 전 이사를 배제한 정상화 추진을 요구했다. 사진제공=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

이들이 실명을 거론하며 대학 정상화 과정에 참여를 반대하는 고씨 등은 누굴까. 고은애 씨는 대구대 설립자인 이영식 목사의 며느리이자 이태영 전 총장의 부인이다. 이 전 총장이 지난 1988년 병환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대구대를 장악한 고씨는 당시 교수회와 합의했던 총장직선제 시행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총장을 선임하는 등 교수회 등과 갈등을 벌였다. 사실상 대구대 사태의 핵심인물인 셈이다.

예숙씨와 근민씨는 모두 고씨의 자녀로, 차남인 근민씨는 이영식 목사가 영광학원과 함께 설립했던 학교법인 애광학원 이사장이고, 장녀인 예숙씨는 애광학원이 소유한 대구미래대 총장이다. 이들은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추진하는 대구대 ‘정상화’의 핵심인물들이다. 사분위는 현재 대구대 이사회에 파견돼 있는 임시이사 7명을 거둬들이고 이 자리에 정이사 5명과 개방이사 2명을 선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된 이사회 운영을 위해서는 설립자의 몫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그간 사분위가 사학분쟁에서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이다.

실제로 사분위는 지난 2011년 대구대에 정이사 5명과 교육부 추천 이사 1명, 개방이사 1명에 대한 임원승인신청을 승인하며 한 차례 대구대를 ‘정상화’한 바 있다. 그러나 정이사 구성에서 지난 1994년 비리로 퇴출됐던 고 전 이사에게 3명의 이사에 대한 추천권을 주면서 사실상 구재단의 복귀를 돕는 역할을 했다. 당시 선임된 이사 3명은 설립자 장손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 추천 이사 2명과 반목하면서 이사회 회의에 불참하거나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등 이사회 운영을 불가능하도록 조장했다.

또 고씨 등 3명은 최근 홍덕률 대구대 총장에 이 법무법인 자문료 4억4천500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썼다며 횡령으로 고발했고, 이를 빌미로 총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교직원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홍 총장의 등록금 횡령 사건으로 대구대는 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구대에 드리워진 치욕스러운 오명을 지우기 위해 홍 총장은 비윤리적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사회의 고씨측 이사진과 대학 구성원 추천 이사진의 잦은 마찰은 결국 정이사 체제를 종결하고 다시 사분위가 대구대에 임시이사를 파견하도록 하는 단초가 됐다. 이 때문에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 고씨는 대구대 사태 21년의 가장 큰 책임자나 마찬가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모든 설립자 유족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은 고씨의 장남인 근용씨와 행동을 함께 하고 있다. 근용씨는 어머니인 고씨, 동생인 근민·예숙씨와 반목하고 있으며, 도리어 대학 구성원들과 뜻을 같이하며 어머니를 비롯한 친인척의 대구대 간섭을 배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이다.

실제로 근용씨는 지난 2011년 대구대가 한차례 정이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대학 구성원들의 추천을 받아 이사로 선임된 적도 있다. 대구대 관계자는 근용씨와 고씨의 관계가 대구대 사태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올해 여든 다섯의 고령인 고씨는 사실상 대구대나 영광학원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한다는 관측이 많다. 대학 구성원들은 대신 어머니인 고씨를 등에 업고 근민씨와 예숙씨가 대학 구성원에 맞서 대구대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실제로 고씨는 지난 9월 21일 사분위 회의에 참석해 대구대 운영과 이사회 선임에 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으나 별다른 해명도 없이 불참해 논란을 키웠다.

현재 대구대 사태의 핵심은 5명의 종전이사에 대한 추천권을 누가 행사하냐는 것이다. 근민·예숙씨는종전이사의 몫이기 때문에 지난 2011년 선임됐던 정이사 5명이 이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선임됐던 정이사 5명 가운데 3명이 근민씨와 예숙씨의 추천으로 이사가 됐던 만큼 종전이사 5명에게 추천권을 주면 향후 대구대 ‘정상화’논의에서 근민·예숙씨가 대학 구성원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다.

대학 구성원 측은 종전이사에게 추천권을 주더라도 근민씨와 예숙씨가 추천한 Y전 이사와 H전 이사, P전 이사는 논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이 이사회 회의를 일방적으로 연기하거나 불참하는 등 정이사 체제를 파행시키는 데 앞장섰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한 나머지 정이사 2명에게 추천권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1년 파견됐던 교육부 추천 이사의 몫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이사 2명을 비롯해 교육부 추천 이사 2명, 정이사 3명으로 대구대를 ‘정상화’해야 대구대가 또다시 구재단의 복귀시도로 인해 내홍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회 의장은 “교육부 추천이사가 공적인 입장에서 대학을 운영하면 지금처럼 재단비리로 시끄럽거나 구재단의 복귀시도로 대학이 내홍에 빠져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도 대학 구성원이 대학 정상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사분위가 일방적으로 구재단의 손을 들어주는 이사회를 구성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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